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공부하러 보스턴으로 떠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보스턴에 있으면서 아이들 데리고 하버드대학교에 놀러가고 그랬단다. 그 좋은 캠퍼스에서 두 딸에게 “너희들이 다닐 학교”라고 했단다. 어렸을 때부터 꿈을 심어 준 거라 생각한다. 서울대 캠퍼스도 넓고 좋던데 거기는 얼마나 더 좋았을까?

 

강준만이 새로 낸 책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을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이 ‘아이비리그로 유학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장 영어라는 장애물이 나타나 새롭게 품은 소망은 망상이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지만,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하면 정말 노벨상 따위는 따 놓은 당상일 거 같았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해 보니 허망함이 밀려왔다. 강준만이 끈질기게 파고드는 엘리트주의 문제에서 아이비리그 또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 앞부분에서는 대체로 역사를 중심으로 아이비리그가 어떻게 출범하고 성과를 냈는지 살펴보지만 뒤로 가면 아이비리그가 고착하는 미국 엘리트 사회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건드린다.

 

우리나라 학벌 문제의 뿌리가 이제는 아이비리그로까지 뻗어 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서울대에 아등바등 목숨 거는 건 이제 목동 같은 동네의 일부 강남 워너비들뿐”이라는 강남 아줌마 말이 우리 현실이다. 지방 사람은 서울로, 서울 강북 사람은 강남으로, 강남 사람은 미국 사립 기숙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거의 사라진 셈인데도 좋은 학교만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뜨림으로써 착취 구조를 대물림시키고 있다. 

 

아무튼 책은 흥미진진하다. 내가 역사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비리그를 주제로 미국 역사를 되짚는 과정이 재밌다. 상식, 지식이 왕창 쌓인 기분이다. 비문 없고 깔끔한 강준만 글은 여전히 잘 읽힌다. 정말 우리는 미국의 속국인지도 모르겠다. 교육 문제를 제대로 풀려고 해도 미국 교육 제도를 연구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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