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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나라 - 갑을관계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배해왔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5월
평점 :
독자가 읽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빠르다는 강준만이 또 신간을 냈다. 제목이 무려 ‘갑과 을의 나라’다. 시의적절한 제목과 내용이겠다.
강준만은 편하게 갑을관계의 역사를 따라가 보자고 하지만 사실 갑을관계야말로 현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갑을관계는 이 낱말이 뜻하는 바를 넘어서 주종관계, 노예관계로 변질해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라면 갑을관계가 없을 수 없는데 한국 사회가 유독 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몇 개월 사이에 폭발하듯 터져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비행기에서 세 번이나 다시 라면을 끓여 내라는 ‘라면 상무’의 ‘진상짓’이 황당해서 그럴 것이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 또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더 강도가 세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을로서 겪어 봤을 ‘갑질’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갑을관계에 지쳐 있다는 반증, 즉 지금이야말로 한계 상황인 셈이다.
강준만은 “을의 반란이여, 더욱 가열차게 행군하라!”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전혀 생각도 없는 갑에게 자비를 바라는 것보다 을이 단결해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을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을끼리 연대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이 길밖에 방법은 없는 듯하다. 정부에서 약자인 을을 지원해야 할 텐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그럴 만한 생각이나 깜량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갑과 을의 나라>는 갑을관계를 매개 삼아 엮은 책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