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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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의 대망의 마지막 권이다. 조선,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대한민국.. 그리고 마지막이 이 책 일제강점시대이다. 사실 박영규 저자의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를 접해본 적이 없다. 아, 왜 하필 처음으로 접한 책이 마지막 권인 '일제강점실록'인지, 그리고 또 제일 가슴 아픈 역사인지 씁쓸한 마음도 있었다.


이 책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게 된 처음의 계기인 1875년 운요호사건부터 완전한 침략인 1910년, 결국에 이뤄낸 1945년 광복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이 시대의 역사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을만큼 토막토막 나누어서 이해하기 쉽게 다룬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역사를 그렇게 배우고 외우고 시험도 치고 했건만, 왜 이렇게 머릿속에 남는 건 별로 없는지. 몇 개는 오호 이거 기억난다~라며 맞장구 쳤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본 생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의도치 않게 내가 이렇게나 역사에 무지했나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서구문물을 우리보다 일찍 받아들인 일본. 그들이 제국주의를 모방하며 주변국들을 살펴보던 중 우리나라가 눈에 띄었다. 운요호사건을 일으키고 서서히 우리나라를 먹기 시작하여 결국에 한일합병에 성공한다. 그 뒤의 이야기는 말해 무엇하랴.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악행들을 단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서슴치 않는다.


이런 일제에 맞서 목숨까지 내놓고 싸운 민족투사들, 누구보다 빨리 일제에 붙어 기생하며 살아간 친일파들, 일본이 개화한다며 우리나라에 벌인 여러가지 사업들, 독립운동 교육운동 등 우리나라를 위해 선봉에 선 유명한 인물들 등등.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역사 선생님이 설명하듯 일제의 만행에 치를 떨고 이런 스타일의 책이 아닌, 그 시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만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사 교과서 같은 스타일의 책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야기했듯이 그 시대를 알고 사실들을 알면 우리 민족이 앓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의 처방도 할 수 있단다.


물론 일본이 그 시절 우리나라의 개화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은 그냥 문물을 이야기한 것일 뿐 그 이면의 우리 민족의 피와 희생은 어찌할 것인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해도 나의 분노는 식지 않았지만 아무튼 세계사 속의 한국 역사를 많이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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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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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관계가 마지막에 실타래처럼 풀어지면서 모두 인연으로 묶인다. 이사카 고타로 책들 대부분에서 이런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사연, 그들의 목소리, 또한 이 모든 사람들의 관계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모두 묶여 있었다.


이제까지 읽은 이사카 고타로 저자의 책과는 조금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따라왔다. '평화경찰'은 도대체 무슨 평화를 지키는 경찰이란 말인가. 자신들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정의의 편'이라고 부르며 색출해 내려는 경찰들. 자신들과 반대편이 정의의 편이면 자신들은 '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안전지구'라고 하여 어느 한 지역을 선정하고 테러나 반동 등 위험한 행동을 할만한 인물들을 가려내어 광장에서 공개처형 하는 '평화경찰'들이 생겨났다. 안전지구를 선정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공개처형이라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치부하기엔,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90퍼센트의 정확성을 가진다고 해도 10퍼센트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한 번 찍히면 그 사람이 위험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마구 처형되어 지는 아주 무서운 내용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까 하고 생각했지만 목숨을 앗아가는 공개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에 찍혀서 소위 블랙 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인 사건까지 있었다 보니 정말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저자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감시하고 죽이는 나라 이야기가 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공개처형을 바라보면서 흥분감을 느끼고 은근한 재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계속해서 의문점을 가져보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군중 속에 파묻혀 가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씁쓸했다.


이도 저도 싫으면 그냥 화성에 가서 살라고. 그래서 제목이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이다. 소설 속 나라 꼬라지를 보니 정말 화성에서 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설에서는 영웅이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영웅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회의도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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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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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집 사진이 미국 중부지역 시골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일까. 미국에는 워낙 많은 인종들과 그 인종 중에도 워낙 많은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다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이주자들이 정착한 애팔래치아 지역의 이야기다. 광활한 토지 면적이 부끄럽게 너무나 좁은 시야의 문화들. 그 답답하고 꽉 막힌 지역에서 소위 '개천에서 용 난' 꼴인 주인공의 회고록이다.

읽기 전에는 당연히 소설인 줄 알았다. 책 표지에 떡하니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라고 적혀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영화화 확정이라고 적혀 있는 경력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대부분 영화화되는 책은 소설이니까.

결론적으로 '빌 게이츠 선정 2017 여름 필독서', '뉴욕타임스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등의 소개문구처럼 나는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중간중간 논문 같은 분석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마치 성장소설인 듯한 그의 담담한 이야기들이 흥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미들타운에서는 공립 고등학교 입학생의 20퍼센트가 졸업에 실패한다고 한다. 오하이오를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자체가 별로 없을 정도.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그냥 단지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환경 때문이라는 것. 주변에서 기대하지 않는 만큼 본인들에게도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단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가당착에 빠져 오로지 사무직만을 바라보고 생산직은 홀대하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들. 가난하게 살면서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지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 본인은 깎아내리면서 낙오자가 된 것을 모두 정부의 실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물론 정부가 모든 정치를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립되어 생각조차 바꾸기 싫어하는 미들타운 사람들의 선입견을 증오하는 것이다.

저자는 망나니 엄마 밑에서 남들과 비슷하게 클수도 있었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던 할보와 할모 덕분에 예일 로스쿨을 졸업했다. 저자의 성공에는 분명 본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그런 할보, 할모를 만난 행운도 있을 것이다.

애팔래치아 지역 사람들을 비난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듯 하지만 결국 성공을 위해서는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 노력 없이 계속 주변상황만 탓해서는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본인의 깨달음을 전달해준 회고록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바라보면서 배울 점은 많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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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27단어 생각쑥쑥문고 14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지음, 정용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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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의 소녀가 슬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파란 표지와 보름달의 모습이 희망을 뜻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 책은 부모를 갑자기 잃은 소녀의 심리 치유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알리기에리' 씨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이다. 그보다 더 대단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며 딸에게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 했던 엄마는 소녀에게 언제 어디서나 소녀의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단어 27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소녀의 인생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부모님이 갑자기 떠난 후, '코비'와 '브룩' 자매는 할머니에게 맡겨지게 된다. 할머니, 삼촌 '윔', 삼촌의 여자친구 '샐리' 아줌마까지. 그들의 자매를 향한 부단한 노력과 사랑이 그때부터 시작된다.


엄마가 남긴 27가지의 단어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정말 아무런 연관도, 의미도 없는 것들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 때가 묻을데로 묻은 나의 생각에 말이다. '금어초', '인동초', '프리지어' 같은 것들은 내가 볼 때 그냥 풀이나 꽃 이름이고, '나팔바지', '장신구' 같은 것들은 내가 볼 때 그냥 단순한 물건들의 이름 같다.


하지만 그것들에는 '코비'와 엄마만의 심오한 뜻이 담겨져 있다.


'야단법석, 야단법석, 야단법석'.. 이렇게 속으로 되뇌이다 보면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이렇게 되뇌이다 보면 아빠와 엄마가 있는 섬으로 데려다 준다.


엄마가 소녀에게 준 27 단어는 그냥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소녀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때 힘이 되어 주었으며 심리 치료에 탁월한 방법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늘 단어가 이 소녀의 머릿속을 따라다니듯이 소녀의 마음 속에 늘 존재했다. 자매가 그것을 깨닫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도 한 몫 했다.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더없이 좋을 듯한 동화였다. 나만의 단어를 간직하고 힘들 때마다 그것을 되뇌이는 방법, 나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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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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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공포, 호러, 괴기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이번 신간 역시 표지만 봐도 오싹 그 자체다. 그런데 저 노란 우비 입은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진짜 제일 무서웠다 ㅜ.ㅜ


'미쓰다 신조' 공포소설의 특징은 화자가 미쓰다 신조 본인이고 본인이 소설을 쓰면서 직접 겪은 일처럼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아, 뭐야.. 나한테도 들러붙는 건 아니겠지?' 뭐 이렇게 진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아닌가.. 장치가 아니고 정말 실화일까?


나는 요즘 귀신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포영화보다 피 나오는 스릴러영화를 더 무서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공포영화를 볼 때 완전히 즐기면서 보는 건 아니고, 눈을 감는 것보다 오히려 귀를 막으면 끝까지는 볼 수 있을 정도^^


하물며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 책 주제에 뭐가 얼마나 무섭겠냐 대담하게 매일 밤마다 이 책을 꺼냈더랬다. 꾸역꾸역 끝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아~~ 그냥 낮에 읽을까 몇 번이고 덮으며 고민했다. 특히 <기우메> 편에서 마지막 즈음 가장 무서운 장면을 읽는 중에 갑자기 자던 애기가 크게 울어서 진짜 심장마비 걸릴 뻔 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상상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는 걸 깨달았다.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기 전 심정과 자살까지의 행동들을 녹음해 놓은 테이프를 토대로 한 이상한 사건.


빈집을 지키던 밤. 마지막에 앗! 뒤늦게 깨달으며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하고 스멀스멀 공포가 다가온 이야기. 아무도 없는 빈집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한 여대생에게 일어난 이야기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일본의 신사가 나오는 무언가 가장 일본 공포스러웠던 이야기.


시체와 잠들지 마라. 이것도 마지막 반전에 깜짝 놀라며 생각할수록 더 공포스러웠던 이야기.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간호하는 한 여자가 옆 침대에 새로 들어온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기묘한 사건.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저 표지의 우비 귀신이 주인공..;; 비도 오지 않는 날에 노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다리 밑 구석에서 계속 쳐다보는 저 여자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스쳐 지나가는 것. 독립하여 혼자 사는 여자들이 읽었으면 그 공포가 배가 되었을 것 같다. 왠지 우리 집 현관문도 방금 누군가 쿵,쿵 노크한 듯한 느낌이 든다.



여섯 편의 단편들 사이사이에 이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으면서, 또한 단편들을 집필하면서 편집자와 겪었던 무서운 체험담들을 끼워 넣었다. 이럼으로써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겪은 일들을 엮은 회고록 같은 소설이 만들어졌다. 그냥 처음부터 이건 소설이다 하고 생각하며 읽는 것보다 이렇게 정말 있었던 일인 마냥 느껴지도록 한 장치. '미쓰다 신조'의 탁월한 능력이다.


이래놓고 다음 '미쓰다 신조' 공포소설이 나오면 또 굳이 밤에 읽을.. 의향이 있다ㅎㅎ 이런 심장 쫄깃하고 오싹오싹한 느낌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또는 이 무더운 여름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추천하는 바이다. 흠.. 생각만큼 별로 안 무서운데? 라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도 에이.. 전혀 안 무섭다 라고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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