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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얽히고 설킨 관계가 마지막에 실타래처럼 풀어지면서 모두 인연으로 묶인다. 이사카 고타로 책들 대부분에서 이런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사연, 그들의 목소리, 또한 이 모든 사람들의 관계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모두 묶여 있었다.
이제까지 읽은 이사카 고타로 저자의 책과는 조금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따라왔다. '평화경찰'은 도대체 무슨 평화를 지키는 경찰이란 말인가. 자신들에게 반하는 사람들을 '정의의 편'이라고 부르며 색출해 내려는 경찰들. 자신들과 반대편이 정의의 편이면 자신들은 '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안전지구'라고 하여 어느 한 지역을 선정하고 테러나 반동 등 위험한 행동을 할만한 인물들을 가려내어 광장에서 공개처형 하는 '평화경찰'들이 생겨났다. 안전지구를 선정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공개처형이라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치부하기엔,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90퍼센트의 정확성을 가진다고 해도 10퍼센트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한 번 찍히면 그 사람이 위험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마구 처형되어 지는 아주 무서운 내용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까 하고 생각했지만 목숨을 앗아가는 공개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에 찍혀서 소위 블랙 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생계가 위협받을 정도인 사건까지 있었다 보니 정말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저자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감시하고 죽이는 나라 이야기가 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공개처형을 바라보면서 흥분감을 느끼고 은근한 재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계속해서 의문점을 가져보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군중 속에 파묻혀 가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씁쓸했다.
이도 저도 싫으면 그냥 화성에 가서 살라고. 그래서 제목이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이다. 소설 속 나라 꼬라지를 보니 정말 화성에서 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설에서는 영웅이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영웅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회의도 많아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