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던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의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사와자키 탐정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이 수록되어 개정판이 지닌 의미를 알수있었고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었을때 지나친 부분을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볼수 있었습니다.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를 처음 읽으면서 분위기가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드보일드 색채가 짙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와 비슷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수있었습니다.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와자키는 자신의 일 이외에는 주변 상황에는 무관심하게 보이지만 속 깊은 정을 가지고 있는 탐정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나쁘게 흘려가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만 탐정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을려는 모습에서 탐정의 진멱목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하라 료의 첫 작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이후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죽인 소녀는 유괴사건에 사와자키 자신이 얽히면서 특유의 냉철한 판단과 우울한 색채의 이미지가 더욱 감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와자키는 여전히 경찰과 부딪치면서도 묵묵히 탐정의 역할을 다하면서 진실을 쫓고 그것이 진정한 탐정의 자세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여름 사와자키는 가족문제로 상담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의뢰인의 집으로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초여름 특유의 화창하고 밝은 날씨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마카베 오사마의 집에 도착한 그 시간 이후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고급주택가에 있는 호화로운 분위기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한 남자가 자신의 딸 사야카가 무시한지를 사와자키에게 물으면서 돈을 줄테니 딸을 무사히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사와자키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유괴 공범으로 경찰에게 체포까지 되었습니다. 다행히 사와자키의 알라바이가 확인되었지만 유괴범이 사와자키를 지목해서 마카베에게 돈을 건네라고 했지만 사와자키가 집에 도착하기 전 갑자기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단순 유괴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범인은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이름만으로 와타나베가 나타날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의 인물 사와자키가 나타나자 계획을 변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사와자키에 대한 혐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이고 자신의 관할이 아니지만 나타난 니시고리 경부도 사와자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유괴범은 사와자키에게 몸값을 가지고 지시하는 곳으로 오라고 하지만 경찰은 그에게 맡기는 것이 못마땅해서 사와자키와 닮은 경찰을 대역으로 몸값을 가지고 가야한다고 결정하지만 마카베의 뜻에 따라 사와자키는 소녀를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몸값을 가지고 유괴범의 지시를 따르는데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몸값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천재 바리올리니스트 사야카는 외삼촌인 가이 마사요시에게 레슨을 받고 있었고 그날도 레슨을 받으러 간다고 집을 나간 이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야카의 오빠 요시히코는 동생의 실종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일 동생을 데리고 레슨을 받으러 갔지만 그날은 동생과 씨워서 혼자 레슨의 받으러 간 동생의 실종이 요시히코의 마음을 죄책감으로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음악과 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잔혹한 진실을 추적하는 사와자키는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에 담겨진 진실을 마주치면서 씁쓸한 결과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와자키는 무심하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자신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더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진실을 찾아 최선을 다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이 가혹하다는 것을 알수있었습니다. 유괴사건의 범인은 대부분 면식범이라는 경찰의 추론이 이번에도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지 유괴된 사야카의 가족 주변인들을 조사하면서 알게되는 갈등에는 돈과 관련된 부분까지 있었는데 가족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이 범인인지 하나씩 단서를 쫓아가는 사와자키는 유괴된 소녀의 몸값을 제대로 전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고민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합니다. 중간중간 옛 동료 와타나베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인해 얽히게 된 니시고리 경부와의 악연은 여전히 사와자키를 힘들게 하지만 언제나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일에 메달리면서 마음 속 고뇌를 잠시 잊어버릴려고 하지만 사건이 해결된 이후 다시 찾아오는 쓸쓸한 기운은 여전히 사와자키 곁에 머물러 있었고 이번 사건은 자신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고뇌하면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사와자키는 자신의 감정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고독한 탐정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숨기고 처절하게 탐정으로서 살아가는 사와자키를 보고 있으면 그가 싸움을 잘하지도 않고 정보를 얻기 위해 속임수를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에서 오로지 자신이 할수있는 방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이미지가 더욱 그를 냉철하게 보이게 하면서 그 특유의 냉소적인 부분이 사와자키 탐정을 정의하고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래전에 와타나베는 떠났지만 사와자키는 여전히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간판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를 짐작하면서 그런 모습이 사와자키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단면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소녀의 유괴사건으로 가족이 가지고 있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알게되는 안타까운 진실과 사와자키 특유의 어둡고 쓸쓸함이 만나서 더 가슴아프게 남아있고 충격으로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이유가 잘 드러나는 잘 쓰여진 이야기는 그 결말이 잊기 어렵고 그래서 더 사와자키 탐정의 활약을 계속해서 기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