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외로운 이방인 나는 앞만 보면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반갑고 그 사람과 더불어서 함께 소속감을 유지시켜 나가고 싶을 것입니다. 다가오게 될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일어나게 될 일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 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을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방인이 나타난다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친구가 되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데 그렇게 애틋하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르지만 서로 닮았기에 외면하고 자신의 길을 가야만 했던 그 마음이 어느날 문득 그때를 떠오르면 후회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습니다. 나는 열 일곱살 아들과 캠퍼스 투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공간이었던 이곳을 아들 또한 특별하게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시간이 지나 그때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리움으로 남겨져 있는 그곳에는 자신의 꿈과 희망이 있었던 곳이었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준 그 남자가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유학생 나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추방되어 낯선 나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종합시험 재시험을 앞두고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하면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험에 대비해서 책을 읽기 위해 카페 알제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프랑스어로 따다다다 속사포처럼 떠들어대는 남자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있었고 당당했습니다. 누군가와 열심히 토론하는 목소리에 이끌려서 그를 돌아보았고 프랑스어에 이끌려서 먼저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칼라지는 여러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비판과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의 의도에는 카페에 있는 여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이 나는 부러웠습니다. 항상 카페의 중앙 테이블에 앉아 흥분해서 세상에 대한 울분을 토론하는 칼라지는 튀니지 출신으로 육개월 전에 이곳에 왔고 지금은 택시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튀니지가 고향인 칼라지와 이집트 출신의 나는 둘다 이곳에서는 낯선 존재였지만 프랑스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친해질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제에서는 자신들의 외로움을 마음껏 드러낼수 있다는 사실에서 함께 어울려서 친구가 될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가득한 칼라지는 두번째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민국의 인터뷰를 앞두고 추방의 위기에 있다는 그의 고민을 알게 된 나는 그 고민이 결국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종합시험에 불합격 한다면 결국 자신도 하버드에서의 생활을 끝까지 할수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칼라지와 나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이방인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친구가 되었지만 나와 칼라지는 달랐고 그 사실을 인지하면서 조금씩 그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택시를 운전할수 없었던 칼라지의 부탁으로 그의 프랑스어를 바탕으로 강사로 추천해서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칼라지가 불편했던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민국 인터뷰에 대한 통역도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했습니다. 나와는 다른 결과로 칼라지는 떠나게 되었지만 나는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나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하버드 광장에서 그를 마주치게 된다는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아들과 다시 찾아 온 하버드에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곳에서 칼라지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볼수 있었습니다. 칼라지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마음을 읽을수 있다고 했습니다. 칼라지는 나가 자신을 따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외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칼라지는 외로웠던 나의 삶에 친구가 되어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서 나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 마음이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떠났을때 안도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자신과 닮은 칼라지의 삶을 보면서 두려웠을것 입니다. 아들과 다시 찾은 하버드 카페 알제 앞에서 칼라지에 대한 그리움과 그 시절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나의 선택에 대해 옳다거나 틀렸다고 정의를 내릴수 없을 것입니다.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에 칼라지를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그 시절이 좋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나를 보면서 칼라지에 대한 마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고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