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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지 살고 있는 곳에 따라서 부유층을 상징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면서 집을 고치고 꾸미면서 집이 자신들의 가치와 부를 들어내놓을수 있는 곳으로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의 피프스 로드에서 일어나게 된 사건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의 삶이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로 인해 주저앉게 되는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지역이 발전하고 나서 그 지역으로 이주해서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캐피탈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은 지역이 발전하기 전부터 가족의 집을 물려받아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과 성공에 집착해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사를 왔던 사람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와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데 각자 자신들만의 사연을 가지고 남부 런던의 피프스 로드에 살게 되었지만 그들에게 보내진 엽서 한장이 몰고 오게 될 파장은 그동안 조용하게 숨겨 두었던 문제들이 서서히 겉으로 드러나게 될 계기를 만들었고 자신들을 돌아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피프스 로드가 처음부터 부유한 지역은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지역은 2차 세계 대전을 겪고 영국 경제의 부흥과 더불어서 성장하게 되면서 한때 중산층 가정들이 모여서 살던 지역은 어느 순간 피프스 로드에 거주한다는 것은 부자라는 것으로 인정받는 지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높은 집값의 영향으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떠났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집을 개조하고 수리하면서 부를 과시하게 되었습니다.
여든 두살의 노부인 피튜니아는 피프스 로드에서 태어나서 계속해서 머물러 있는 마지막 사람으로 그녀의 자손들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추억으로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의 피프스 로드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식료품을 직접 사러 가기 힘들어 매주 수요일 식료품을 배달시키는데 배달원이 집을 나가고 나서 피튜니아는 엽서 한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여든 살이 넘은 자신에게 가진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원한다는 말에 그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핑커 로이드 은행에 다니는 로저는 보너스에 대한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성공하고 싶었던 로저는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두 아이의 학비 문제로 돈이 부족했습니다. 과소비를 하는 아내 아라벨라는 여름마다 파티를 하고 외식과 휴가 그리고 쇼핑을 자주하기 때문에 만약 보너스를 받지 않게 된다면 자신은 파산하게 될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슬람교도 아메르는 새벽에 일어나 가게에 나가서 일할 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가장으로 그런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생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도 한장의 엽서가 왔습니다.
샤히프 카말은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상주의자로 대학을 중퇴한 이후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그는 여러가지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술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고 컴퓨터로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 일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형의 가게에서 일하면서 자신은 할수 있는 것이 무한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피프스 로드 27번지에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구단 살림을 맡아서 하는 미카의 집에는 아프리카 출신의 열 일곱 살 소년 프레디와 아버지가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세네갈에서 온 축구를 잘하는 소년은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사연은 다르지만 피프스 로드에서 지난 일들에 대한 추억과 앞으로 이루게 될 꿈을 향해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엽서 한장이 가져온 파국을 보면서 좌절하는 사람도 변화를 꿈 꾸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로저의 아내 아라벨라는 자신들이 가진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고 쇼핑중독에 빠진 그녀의 허영심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는데 우편물속에서 '우리는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원한다' 라는 엽서를 보게 되지만 사기성 광고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 순간에도 자신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불만이 많았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주차단속 요원 퀜티나는 주차허가증이 없는 고급 승용차를 적발할수 있는 좋은 장소인 피프스 로드를 자주 찾아와서 유명인의 차를 발견하게 되는 날에는 자신의 실적을 올릴수 있기 때문에 좋아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피프스 로드는 처음부터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한순간 그곳이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고 알려지게 되면서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물려받은 집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는 노인과 일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피프스 로드가 부유한 동네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곳이 성공과 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라는 엽서를 받게 되었을때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장난이라고 웃어 넘기지만 집 모습이 있는 사진을 보면서 결코 장난이라고 생각할수만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모으고 더 좋은 집과 차를 가지고 싶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겉으로는 화려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파산에 대한 공포를 가지면서도 무리해서라도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맞추어진 알람 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 추위를 떨치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고 견디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식의 꿈을 위해 낯선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 모든 모습들은 밖에서 보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피프스 로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 몰래 그들의 일상을 뒤쫓았고 협박하면서 그들의 삶에 균열이 일어나고 외면하고 싶었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완벽한 모습 뒤에 어두운 그늘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아름답고 화려한 집을 자랑스러워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 뒤에는 돈에 대한 걱정과 자신들이 가진 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잊고 싶은 기억이 드러나게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나약한 부분이 드러나게 되었을때의 허황된 욕망이 숨겨진 진실을 볼수 없었던 사람들의 허영심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라는 엽서는 누군가에게 좌절과 실망을 남기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프스 로드라는 상징적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서 경제적인 몰락에 대한 두려움과 부에 대한 욕망에 대한 진심을 엿볼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