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작가 린이한의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제목을 보면서 첫사랑의 풋풋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안타까운 내용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한소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남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린 여학생에게 해서는 안되는 나쁜 짓을 했지만 가해자인 강사보다는 피해자가 더 고통받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사연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분노하게 됩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류이팅과 팡쓰치는 사이좋은 친구 였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같은 두 아이는 문학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이웃에 살고 있는 쉬이원의 집에서 문학책을 읽으면서 꿈 많은 십대소녀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팅과 쓰치는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만나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첸이웨이가 잘 생기고 멋지게 보여 좋아했고 새로 이사 온 학원강사 리궈화가 중년이지만 멋진 모습과 다방면에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를 동경하고 어른이 되면 그들과 같이 멋지고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팅과 쓰치는 타이베이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집을 얻어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쓰치는 이팅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리 선생님과 사귀는 사이라는 쓰치의 고백에 이팅은 믿을수 없었지만 리 선생님과 쓰치는 계속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쓰치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경찰에서 이팅에게 연락이 왔습니디. 노숙자처럼 변한 쓰치는 이팅이 알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예쁜 쓰치는 더 이상 부모님의 자랑이 아니었고 정신병을 가진 딸을 집으로 데리고 갈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요양원에 보내는 쓰치의 부모님을 보면서 쓰치가 자신의 아픔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절친한 친구의 변화에 누구보다 놀라고 가슴 아픈 이팅은 쓰치가 남기고 간 일기장에서 친구에게 일어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궈화는 쓰치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러명의 소녀들에게 나쁜 행동을 하였습니다. 입시의 중압감에 빠진 여학생들은 멋진 모습에 재미있고 자신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하는 리궈화가 자신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말을 진심으로 생각했고 그가 자신들에게 나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리궈화를 사랑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학생들의 심리를 리궈화는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여학생을 희생시키고 또 다른 여학생을 찾는 리숴화의 행동은 당당했고 그의 동료들 역시 그런 행동에 대해 죄의식이 없었습니다. 여학생을 만나고 부인 몰래 애인을 사귀는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동료교사들의 대화에서 여성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리궈화가 쓰치를 처음 보았을때 열세살의 어린 소녀 였습니다. 리궈화는 쓰치가 자존심이 강해 절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이용해 그녀를 성폭행 했지만 그의 예상대로 쓰치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첸이웨이와 결혼한 쉬이원은 이팅과 쓰치에게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언니이자 선생님이었는데 이원이 옆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싫었던 리궈화는 자신에게 아이들이 오게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어느날 이원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당황한 이팅과 쓰치에게 유명학원 강사인 리 선생이 작문을 봐 주겠다는 제안에 좋아했고 각자 리선생의 집으로 작문을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쓰치는 자신이 리선생님을 좋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고 쓰치를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쓰치는 리 선생님에게 같이 병원에 가자고 말하는데 잠도 못자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내면에서 말하는 목소리에 쓰치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리궈화에게 인생을 빼앗긴 또 한명의 희생자인 궈샤오치는 인터넷 게시판에 리궈화가 자신에게 했던 일들에 대해 글을 남겼지만 그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자신을 강간한 리궈화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 대한 비판이 더 많은데 대해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가해자 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쓰치를 비롯한 많은 피해자가 혼자서 아픔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이팅과 쓰치가 의지했던 쉬이원은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첸이웨이는 이웃인 리씨 아주머니의 소개로 이원을 만났는데 리씨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은 첸이웨이에게 소개 시켜 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치와 이원은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에대해 방관했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동안 힘들었고 쓰치는 결국 무너져 버렸습니다. 어린 여학생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수 없었고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병을 얻은 쓰치는 결국 기억을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꿈 많았던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해도 마음 아픈데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이 더 놀랐고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자살했다는 이야기에 그녀의 고통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쓰치의 아픔을 알게 된 이팅과 이원은 비록 쓰치를 구할수는 없었지만 쓰치가 하지 못한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고 더 이상 쓰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조금씩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모습이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