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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일레인 카마르크 지음, 안세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온 국민들의 관심 속에 ‘5·9 장미대선’이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을 통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대통합을 천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비서진·내각 사이에 소통이 안 됐다고 한다. 그러니 청와대의 의사결정이 건강하고 정밀하게 이뤄질 리 없었다. 대통령 지시와 무조건 이행만 있었다. 거기에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을 했다.
비정상에 대한 지적과 개선 건의가 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어느 순간, 어떤 사정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시스템은 배반하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적절하게 개선만 하면 된다. 그러니 새 청와대도 아무리 애국충정과 국민을 위한 봉사를 다짐해도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바로 전 청와대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이 책은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 온 일레인 카마르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역량의 조건을 역설적으로 제안한다. 저자는 대통령이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통치에는 시간을 충분히 쓰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의 가장 큰 실패를 꼽는다면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이 남북전쟁을 막지 못한 것이다. 하버트 후버 대통령은 대공황을 막지 못했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적과의 교전을 꺼리는 장군들을 자꾸 뽑으면서 파괴적인 전쟁을 질질 끌기만 했다. 프랭클린 루수벨트 대통령은 대법원이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을 폐지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의 세 가지 요소인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 간의 조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서 “그 대신에 정책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행정 관료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카터 집권 시 벌어진 이란에서의 인질 구출 작전과 조지 부시 때의 9.11 테러 사건, 허리케인 카타리나 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다운 문제 등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에서 대통령의 실행력 부족이 어떻게 통치 재난을 불러오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정치, 행정전문가답게 사례로 든 사건들을 해석하며, 대통령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동안 대중이 알지 못했던 진실들을 파헤친다.
미국 케네디 행정부는 1961년 쿠바 피그만을 침공할 때 CIA 주도로 대통령과 안보 수뇌부가 모여 결정했다. 그들은 모두 하버드·예일대 등을 나온 미국의 수재들이고 전 세계 모든 안보 정보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능해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결정을 한 게 아니라 비슷한 시각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을 선거 캠프 핵심 인물들로 채우는 것은 참 위험하다. 정무적 판단에는 시각과 결이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집단사고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대통령은 세 가지 즉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능력’을 동시에 갖추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