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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민이 명령했다 - 2016헌나1 헌법 수호 133일간의 기록
편집부 지음 / 베가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헌법재판소가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확정했다.
이는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92일 만의 결정으로, 헌재가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다.
헌재는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인정하고 혼란스러운 여론에 굴복함으로써 법치를 지키기는커녕 목소리 큰 다수 대중에 의한 지배, 즉, 여론정치, 광장정치를 승인해 버렸다.
이 책은 베가북스 편집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의 첫 시발점부터 마지막 파면 선고까지,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를 중심으로 헌법수호를 위한 치열한 공방을 씨줄로 살피고, 헌재의 심리를 둘러싼 정부기관·국회·언론 그리고 무엇보다 무너진 헌법 질서 회복의 원동력인 민중의 촛불집회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의 겉표지에 보면 ‘2016헌나1 헌법 수호 133일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고,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책의 제목을 ⌜탄핵, 국민이 명령했다⌟고 했는데 물론 촛불집회에 참여한 자들은 명령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명령을 한 적이 없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 ‘서막’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되게 한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인사 참사, 세월호 참사, 언론사와의 불화 등을 기록하고 있다. 2부 ‘국정논단’에서는 의혹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 1차 대국민사과, 촛불집회, 특검출범, 최순실의 귀국에 대해 기록했다. 3부 ‘국면전환’에서는 2차 대국만 담화,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야권의 대응, 탄핵소추 발의, 가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4부 ‘탄핵 심판’에서는 권선동 소추위원단장의 소추사실 요지 전문,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의 의견 전문,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의 의견 요지, 헌법재판소의 결정, 박근혜 대통령 파면, 파면 결정 이후의 국내 각계의 반응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말하기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다.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다.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선고가….”라고 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촛불집회의 힘으로 대통령을 퇴거시킴으로써 법치주의와 헌정주의가 사라져가고 있음에 마음이 아프다.
2017년 3월10일 소수자의 반대가 표시되지 않은 전원일치의 탄핵인용 결정이 헌재에서 8인의 재판관 이름으로 내려졌을 때, 이 나라의 법치주의, 민주주의는 막을 내렸다. 그 이후 이 사회에는 전원일치 판결에 대한 반대와 침묵은 公敵(공적)으로 몰려 마치 도망자처럼 되고 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저 종소리는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로 치달려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