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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家 사람들 - 영웅의 숨겨진 가족이야기
정운현.정창현 지음 / 역사인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제국의 코코프체프와 회담하기 위해 중국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6발의 총을 발사하여 암살했다. 그는 러시아어로 “코레아 후라!(대한민국 만세)”를 세 번 외쳤다. 러시아 헌병장교에게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일본 영사관으로 넘겨져 하얼빈 영사관 지하 감옥에 구금되었다.
안중근은 사형 직전 남긴 옥중 자서전에서 “한 번에 이루지 못하면 두 번, 두 번에 이루지 못하면 세 번, 그렇게 네 번, 열 번에 이르고, 일백 번을 꺾여도 굴함이 없이, 금년에 못 이루면 내년, 내년에 못 이루면 후년, 그렇게 십년 백년이 가고, 또 만일 우리 대에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아들 대, 손자 대에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하고야 말리라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친일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료수집과 취재를 해온 정운현 씨와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가 안중근 의사와 그의 일가가 3대에 걸쳐 우리 근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자세하게 추적하여 담은 기록이다. 두 저자는 기존 자료는 물론 새로운 자료를 찾아내고,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기록했다.
한국인이라면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이지만 그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역시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저자들은 이 책에서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와 그 일가의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삶에 대해서 주목한다. 실제적으로 안중근 의사가 세상을 떠난 후 독립운동에 뛰어든 안태건, 안태순 등 안 의사의 숙부를 비롯해 모친과 친동생 안정근, 안공근 등이 러시아,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항일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부끄러운 현실은 안중근 일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안중근 의사의 가문은 할아버지 형제들과 아버지 6형제들이 가지를 쳐 5대에 이르러서는 자손이 수백 명을 헤아린다. 그 중 몇 명은 일제에 체포되어 회유공작에 넘어가 친일행적의 오점을 남겼고, 또 일부는 이승만, 박정희 정부 때 외교관과 군인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후손들은 반일독입운동에 투신했으면서도 광복된 조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다시 북으로, 미국으로, 파나마로 흩어져 소식조차 끊겼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안 의사의 친동생으로 해외를 떠돈 독립운동가인 안정근과 안공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을 보좌했던 사촌동생 안경근,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촬영했던 조카 안낙생 등의 삶을 추적한다.
사촌 동생 안경근은 4·19혁명 후 ‘민주구국동지회’를 만들어 정치에 나섰다가 5·16군사정권에 의해 7년간 투옥되었으며, 조카 안민생은 평화통일 운동에 매진하다 역시 5·16군사정권에 의해 10년 동안 징역살이를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안중근 의사를 단순히 하얼빈 의거의 주인공으로만 평가하고 영웅시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고,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 정신을 되새겨야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