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시대 -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젊을 땐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얻고 나면 젊었을 때와는 달리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는 비애감에 빠져들기 때문에 이때 위기가 닥치게 된다. 몸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마음도 쓸쓸한데, 그럼에도 해야 할 일들은 왜 이리 많은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중년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요즘 졸혼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졸혼이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이 책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실제 졸혼을 실천한 여섯 쌍의 부부를 인터뷰하고 다양한 졸혼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졸혼이 왜 필요한지,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솔직하게 말해준다.

 

졸혼부부가 서로 이혼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말하는데,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급증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그 대안으로 내세운 개념이다. , 법적인 혼인상태는 유지하되 오랜 세월 유지해온 부부생활의 졸업을 뜻하는 것이다.

 

저자는 변칙적 별거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남편과 큰딸이 한 팀을 이뤄 다른 집으로 이사했고, 저자와 둘째 딸은 기존에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았다는 것이다. 부모의 갈등을 지켜보던 큰딸이 어느 날 두 분이 잠시 헤어져 지내는 건 어때요?”라고 제안하면서 이뤄진 별거였다. 두 팀의 별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처음에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니 익숙해진 것 같다면서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기분 좋은 신선함을 맛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 사람은 지금 너무도 만족스러운 졸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여행도 각자 따로 갑니다. 가끔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도 꼭 붙어 앉지 않습니다. 상대가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다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또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생활이겠지요. 다케히코는 산속 오두막에서 물건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사치코는 외부 강연으로 밖에 나가거나 오랜 취미인 가부키 관람을 합니다. 취미가 워낙 많고 공부하는 걸 좋아해서 그녀는 항상 바쁩니다. 무엇이 됐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p.107)라고 말했다.

 

졸혼을 하려고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기반과 육아로부터 해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권태를 겪는 젊은 부부들이 선뜻 졸혼을 택하지 못한다. 자유롭고는 싶지만 이혼의 멍에를 지긴 싫은 이들의 고령화 시대 대비책이기도 하다.

 

결혼제도는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모해 왔다.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지금의 결혼제도가 정착된 건 불과 반세기 전이다. 오늘날 졸혼에 대한 관심 역시 수명 연장으로 현실화한 백세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졸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혼보다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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