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말 -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정치인은 말로 살고 말에 죽는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정치인의 말엔 무게가 실려 있어야 하고 신뢰성을 지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인들은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듯 한지 오래다.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싸우기만 하고 민생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간에 똑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로운 정치인들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를 증오하거나 혹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에 그 사람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의 언어는 담백하고 진실하다. 말을 제대로 하려면 생각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생각과 말이 일치하면 행동은 따라서 나온다. 지혜도 거기서 나온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 대표가 인구에 회자한 박근혜 대통령 어법을 분석해 박 대통령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봤다. 사상 초유의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사용해온 언어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이른바 근혜체를 오발탄 어법, 영매 어법, 불통 군왕의 어법, 피노키오 공주 어법, 유체이탈 어법, 전화통 싸움닭 어법 등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탄핵을 목전에 맞은 지금 박 대통령의 언어는 오히려 그간 벌어져온 최순실 국정농단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주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하자, 하겠다대신 이다, 해야 한다등으로 타인에 대한 평가나 지시가 주종을 이루는 박 대통령의 화법은 자신을 주체에서 배제시키고 책임을 피하겠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설명된다. 또 단어 수준의 짧은 문장이 아닌 경우 길게 늘어지는 만연체의 문장은 주로 과시적, 권위적 성향을 보이고 의사결정이 모호한 이들이 보여주는 특징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애초 박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에는 오히려 독특한 말이 기여한 부분도 컸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지방선거 때 커터칼 피습 당시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자신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린 예는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충격적 체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박근혜의 마음을 할퀴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심각한 자아 분열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체 수단 즉 자신을 지탱해 줄 목표와 존재 이유가 필요하다. 내면의 갈등에서 나온 이러한 요구를 박근혜는 일기장 여러 곳에서 되풀이해서 썼듯이 소명하늘이 내린 뜻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의 이러한 마음의 행로, 심리 작동 기제를 가장 정확히 간파하고 부추기고 이용한 사람이 최태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p.207)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지도자의 말이 얼마나 중요하며 파급력이 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좀 말을 하면 좋겠다. 최순실이에게 조언을 구하지 말고 말이다. 이때까지 그를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우리는 두 번 다시 가면의 언어에 속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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