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는 보수하면 흔히 반공주의, 재벌 중심 시장경제 인정, 강력한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수 진영은 자신들을 한국 경제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들이라고 평가한다. 반대로 진보하면 남한과 북한의 화해, 복지 확대, 민주화 확대 등으로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진보 진영은 자신들을 과거 권위적 정치를 없애고 민주화를 이끌어낸 민주화의 주역들이라고 평가한다.

 

보수주의란 무엇이며, 보수주의가 신봉하는 가치와 태도는 무엇일까.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 즉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보수(保守)’란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보전하여 지킴.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오로지 기득권과 이권만을 쫓아다니며 도덕과 원칙까지 내팽개치는 기회주의자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보수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선 더더욱 그렇다. 보수가 사라졌다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상대가 있어야 발전한다. 권투선수가 섀도 복싱(혼자 하는 연습)만 백날 해본들 실력이 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책은 영국의 보수주의 지식인인 저자 로저 스크러튼이 경제, 외교, 환경, 교육, 문화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보수주의의 근본 철학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보수주의에 대해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려는 신념을 갖는다. 또한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밥그릇, 수구, 꼴통 등으로 이미지가 박혀버린 우리의 보수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원칙이 죽어 버린 세상, 보수주의가 존재하는냐는 질문에 논리 정연하게 답한다.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를 따라 가며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정치철학으로 보수주의를 이해하고 보수주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기준을 얻을 수 있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선대의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후대에 잘 물려주려 한다. 원칙을 어기지 않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에게 기회가 올 것인가? 보수의 재건을 위해선 과거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헌신적 태도의 부족을 자성하고 반칙과 부정 대신 정직과 공정성을 좌우명 삼는 배고픈 보수가 돼야 한다. 또한 진보세력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극우 세력과 결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보수의 적은 보수라고 한다. 진보, 과격, 좌파, 용공이 이음동의어가 아니듯, 보수, 수구, 꼴통 역시 같은 맥락의 단어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문제는 사회주의의 확립보다 합리적 보수를 사회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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