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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 / 홍익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남자인데도 여자에게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적에는 여자애들이 입는 옷을 입고 다니기도 했고, 얼굴에 화장을 하기도 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크리스마스 때 성극을 할 때도 마리아역을 맡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이면서도 ‘남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남자란 무엇인가>하는 책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및 법조계에서 수십 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인권에 심혈을 기울여 온 안경환 교수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남성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급변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고 희망을 찾는다. 또 남성의 본성과 심리를 우리 사회의 흐름과 비교하고 분석해 이 시대 바람직한 남성의 삶을 모색한다. 그러면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을 남성들에게 주문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남자 뇌는 동시에 여러 소리를 듣기 힘들다. 연인이 카페에 들어가면 남자는 애인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러나 여자는 반경 10m 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대부분 듣는다. 여자는 읽기와 듣기를 동시에 집중할 수 있다.”(p.16)고 말했다.
저자는 남녀의 뇌, 생각, 행동 등을 비교하며 남성은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고 권력욕이 대단하지만 공감과 소통 능력이 부족한 존재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여성은 사회적 지능이 뛰어나고 공감과 소통 능력 등의 '소프트 파워'를 갖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남자들에게서 대의를 빼앗아버리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p.28)고 했다. 예로부터 남자는 영웅의 삶을 갈구한다. 영웅은 결코 침대에서 죽지 않는다. 대의를 찾아 집을 나서 온갖 고난과 모험을 극복하고 돌아와 승리의 영광을 공동체와 나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서나 전해 내려오는 영웅담 서사시의 전형이다. 남성성의 생물학적 핵심은 추진력과 한 인간과 남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의지로, 한마디로 말해서 ‘남자다움’이다. 그 남자다움의 형태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희생이다. 가족과 주변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강력한 남자의 모습이다.
이 책은 여성의 소프트파워가 강세인 세상에서 남성의 자리를 찾아본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고 성적 충동을 억제하기 힘겨워 하며 자살 충동과 싸우며 살아가는 남성의 모습을 솔직히 그린다. “전통적으로 요구받아온 남성다움, 즉 울거나 약해지지 말라는 명제는 여전하지만 전통적으로 누려왔던 남자로서의 권리는 없어졌다”는 저자는 “원체 21세기의 속성이 남성의 본성과 맞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이 책을 자세하게 읽어보면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 세대의 짐을 벗어버려야 행복해진다. 남성도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는 이를 인정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권위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이제 가부장적인 시대는 우리 아버지 세대로 끝났다. 그런데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세상이 변했는데 불구하고 자라온 환경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렵다. 깊은 식견과 넓은 안목으로 남성의 삶을 새롭게 눈 뜨게 하는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