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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가족 - 일상에 숨어 있는 한자의 비밀
장이칭.푸리.천페이 지음, 나진희 옮김 / 여문책 / 2016년 7월
평점 :
한자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말 중 70%는 한자어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 이전에 글은 한자를 써서 표기했고, 그와 동시에 우리말은 한자를 빌려 쓰기도 했고 병행해 쓰기도 했다.
우리의 말과 글속에는 우리의 고유 언어보다는 한자로 된 언어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한자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는 우리의 글과 말을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불편을 겪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한자를 모르면 신문을 읽기 어렵고, 외국에 여행을 가도 한자로 적힌 명소 소개 글을 읽을 수 없다. 나는 그동안 한자공부를 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장이칭·푸리·천페이 공동저자가 같은 주제의 한자 가족들을 모아 하나의 가족으로 묶고, 그 가족의 구성원이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더불어 사람의 신체와 관련이 있는 오장육부나 손과 발과 귀와 입이 모두 한자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도 밝혀냈다. 숫자 속에 들어 있는 옛사람들의 길흉화복에 대한 생각까지 풀어냈다.
현재 우리가 어떤 공통된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일컬어 ‘00족’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 한자들과 같은 부류들도 ‘계량족’이라 불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자의 특징에 따라 혈연이나 비슷한 부류 같은 단서를 좇아 한자의 세상으로 들어가면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숫자 ‘팔’을 이처럼 각별하게 대하는 이유는 ‘해음諧音’ 현상과 관련이 있다. 소위 ‘해음’이란 글자와 글자 사이 혹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것을 말한다. 중국어에서는 해음 현상이 꽤 많다. 그래서 중요한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장 전형적인 예로 ‘송종送鍾(시계를 선물하다)’과 ‘송종送終(장례를 치르다)’이 있다. 이 두 단어의 발음이 같아서 중국인들은 시계 선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이런 금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간혹은 꽤 난처한 상황을 자아내기도 한다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가 하면 숫자 '팔'은 광둥어의 '발發'과 해음 관계여서 이 숫자는 중국 광둥 지역과 홍콩 등지에서 '번영,부, 사회적 지위'를 의미한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 시간을 2008년 8월 8일 밤 8시로 정한 것 역시 중국인들이 숫자 '팔'에 부여한 운수대통이라는 신분적 특징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대변해준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물이 두 개로 구성돼 있는데 사람도 두 눈, 두 귀, 두 손, 두 발이 있다. 대립하고 있는 수많은 대상도 하나가 둘로 나뉘어 있다. 상하, 좌우, 동서, 전후, 음양, 정부正否 등이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로 된 사물을 불완전하게 인식하고 두 개가 하나로 조합이 돼야 완벽하고 조화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선물을 보낼 때도 ‘쌍’으로 보내지 ‘하나’로는 보내지 않는다. 떡이나 과자 같은 선물을 할 때도 두 상자로 보내고 술도 두 병을 보낸다.
이 책은 한자들 사이의 혈연관계로 밝혀낸 한자 가족 네트워크의 재미난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으므로 매우 재미가 있다. 한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