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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생 100세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죽음이란 사람이 겪어낼 모든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변화이며, 사람이 감당해내야 하는 모든 과제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이다.
죽음은 거개의 사람이 대체로 무조건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죽음은, 아무리 싫어하고 아무리 두려워하더라도 끝내 한번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 죽음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며, 죽음 다음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죽음이란 살아서의 모든 것들과의 엄정한 이별이요, 살아서의 모든 것들의 깨끗한 상실이요, 살아서의 모든 것들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다. 특히 생(生) 긍정 의지가 강할수록, 생명에 대해 귀히 여기는 마음이 깊을수록, 생존의 과정이 찬란할수록, 그 모든 것들을 박탈당하는 이 죽음에 대한 싫음과 두려움이 클 것이다.
이 책은 ‘영국 문학의 제왕’이자 맨부커상 수상 작가 줄리언 반스가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죽음을 면밀히 파헤친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낸 에세이다.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리던 작가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온화하고 관대한 아버지, 노동당 출신의 어머니, 철학과 교수인 형까지 가족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반스의 가족은 괴팍하며 쩨쩨하고 뒤틀린 면 또한 있다. 우리의 가족이 그러하듯이. 줄리언 반스가 기억을 더듬어 캐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작가, 작곡가, 종교인,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자유주의자나 냉소주의자 등의 에피소드들로 한데 얽혀 천태만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습관화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예기치 못한 때에 엄습해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과 친해져야 하며, 그 한 가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다. 난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사람들이 좀 더 빨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어리석은 실수를 할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p.50)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한 예로 줄리언 반스는 작가 아서 케스틀러의 <죽음과의 대화>의 한 장면을 든다.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냐고 묻는 비행사에게 케스틀러는 “난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죽어가는 것을 두려워했을 뿐이죠”라고 답한다. 이에 반스 또한 죽기 전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자신의 부모처럼 될까봐 두렵다고 고백한다.
죽음은 어떻게 보면 작가가 걱정했듯이 나란 존재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 내가 없다면 나를 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런 부정적 기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활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책의 제목처럼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변사람들과 즐겁게 삶을 보내며,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행복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