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신혼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알콩달콩 살아온 그때가 그립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세파에 시달리며 살다 보면 때로는 사랑을 잊고 살 때가 잦다. 그냥 무덤덤하게 친구처럼 동반자로서 사랑의 감정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 난 기사가 생각난다. 기혼자들에게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만나 결혼하겠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대다수는 지금의 남편이나 아내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을 할까? 특히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 역시 다른 여자를 만나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내 곁에서 살 비비며 살아가는 곱고 순수한 내 반쪽을 남에게 내어준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 책은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남인숙이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중년 여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정하고 솔직한 수다 에세이다. 유머러스함을 시종일관 놓지 않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솔하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삶에는 어느 단계에나 선물이 숨어 있다. 누구나 ‘좋은 시절’이라고들 말하는 청년 시절에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무지와 어리석음과 혼돈으로 후회될 짓만 하고 돌아다니던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기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이 들어서 전보다 쓸쓸하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청년 시절을 추적 관찰해보면 청년 시절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서 더 불행해진 게 아니라 지금 불행한 핑계로 나이 든 것을 선택한 것뿐이다.”(pp.11-12)라고 말했다.

저자는 “나이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건 초라하게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면서 나이가 유세인 양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도 안 되는 고집들을 경계한다. 사실 나이만으로 대접 받으려는 그 태도 자체가 육체는 물론 뼛속 깊숙이까지 노화가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자는 “난 나이로 대접받지 않고 나 자체로 존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이 듦의 방향을 정했다”(p.115)고 말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은 사람이 성숙할 때에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우리는 지금 이십 대 그 시절보다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더 갖추었으며 지금 이 순간도 날마다 행복해지는 능력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이 땅의 동년배들 다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또한 명쾌하고 명료한 글이 큰 재미를 주어 빠져들어 읽게 한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냉철한 눈으로 자신의 일상과 내면을 부단히 관찰하고 지각에 이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 책은 그 점을 콕콕 짚어 쉽고 통쾌하게 얘기해 준다. 책 제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