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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박영주 지음 / 아띠봄 / 2016년 4월
평점 :
내가 청춘이었을 때는 어르신들이 “참 좋을 때다.”라고 하시는 말씀의 뜻을 미처 모르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정말 청춘이 좋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젊은 청춘들을 보면 “참 좋을 때다”하고 말해주고 싶다.
비록 자신들은 불안하고 뭐 하나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지만 결정되지 않았기에 좋은 것이고, 무엇이든지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 길 중에 어떤 길을 갈까 고민할 수 있으니 좋을 때다.
길을 가다보면 잠시 나무 그늘아래 앉아 쉴 수도 있고, 우연히 마주친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을 수도 있고, 가끔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에 입 벌리고 감탄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 또한 있다.
이 책은 201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스토리텔링 전임 교육 기획 및 진행을 맡아 전국 초, 중, 고등학교 예술 강사들을 교육시키며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 박영주가 아픈 청춘의 기억을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에 가서 버리겠다고 마음먹은 뒤 두 달 간 남미 대륙을 여행하면서 되돌아 본 청춘의 자화상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이십 대 청춘의 이야기를 아주 작은 토끼 친구와 마음의 나라가 등장하는 동화적 구성 속에서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저자는 아픈 청춘의 기억을 버리기 위해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로 향한다. 그는 그 여정에서 악몽 속에 자꾸 등장하는 토끼, 아모를 만난다. 흑곰에게 귀를 물어 뜯겨 기억을 잃은 아모는 마음의 나라에 가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겠다며, 저자에게도 괴로운 기억을 버리러 마음의 나라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자 저자는 아모와의 동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모와 함께 광활한 남미 대륙을 여행하며 지난 청춘을 회상한다. 이십 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렸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잃었다. 꿈을 향해 달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단단하게 억눌렀는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는 비행시간만 30시간이나 걸리므로 쉽게 떠날 수 없는 미지와 동경의 대륙이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서 페루의 안데스 산맥을 거쳐 휴양도시 와카치나, 마추픽추, 나스카라인, 티티카카호수, 우유니 사막, 푸콘, 이과수 폭포, 바릴로체, 파타고니아, 모레노 빙하, 엘 칼라파테,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등등 유명한 여행지를 TV 영상에서 접하기도 하지만, 남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매력에 비하면 그것들은 티끌에 불과하다. 빙하, 설산, 화산, 고원, 사막, 호수, 바다, 초원 등등 대자연이 만들어 낸 풍경은 또 다른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행자의 심장을 두드린다.
저자가 세상의 끝에서 알게 된 아모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치열하게 달리느라 미처 보듬어 주지 못했던 자신, 아껴 주지 못했던 자신, 자신에게서 버림받고 상처 입었던 자신을 좀 봐 달라며 마음 한구석에서 소리치고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남미의 광활한 대자연을 지나 세상의 끝에서야 비로소 자신을 깨닫는다. 청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수많은 ‘자신’과 마주하고, 부족한 모습들마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