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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여행
이호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3월
평점 :
세상을 살다가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쉼’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시며 쉬고, 어떤 사람들은 자연을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마사지 숍이나 스파를 찾아 직접적으로 피로를 풀기도 한다. 사람마다 휴식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또 혼자만의 외로움을 느낄 때 배낭하나 걸머쥐고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허락된 휴식시간이 단 하루뿐이라도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해서라면 조금 멀리 떠나는 여행이라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 책은 시인이자 여행가이자 전직 기자인 이호준 작가가 언론사의 청탁을 받아 연재할 목적으로 쓴 여행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작가는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라는 ‘유혹’에 반해 두말없이 배낭을 짊어졌다. 그렇게 해서 ‘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리고자 떠난 길이지만, 실은 여행을 통해 작가 자신이 치유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여행을 통해 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에는 전국 26개의 ‘제대로 쉴 수 있는’ 곳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그동안 여행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해봤지만 이 책에 소개도닌 여행지는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 많이 있었다. 시원하게 위로 뻗은 넉넉한 숲을 만나는 여행, 자연이 길러낸 자연 그대로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 점점 잃어가고 있는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여행,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는 여행, 전통 속에서 하루 밤 잠을 청하는 여행 등 7가지 테마, 7가지 색깔로 꾸며졌다. 쉽게 접할 수 없는 휴식여행지가 엄선되었고 각 스팟의 개략적인 설명과 이용방법, 찾아가기 등 이용정보가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모든 장소마다 사진까지 곁들여 있어서 내가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여행은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허세로 꾸며진 포장을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와 만나는 순간이다. 한겨울의 나무로부터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의지를 배우고 철새로부터 뼛속까지 비워 수만 리를 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대인들은 일상에 치여 본래의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조차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관계 속의 부품이 되어 끊임없이 앞으로 가야하는 ‘나’는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때 가장 좋은 치유 방법이 여행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싶지만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어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치유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다 가는 곳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원하는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 야 한다. 각 장마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잘까'란 코너가 있어서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