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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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크게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생에 보면 작가 루쉰의 글로 끝을 맺는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단어, ‘가지 않은 길이라는 단어를 보면 요즘 대학생과 청년들이 생각난다. 청년층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돈 속에 있는 계층도 없는 듯하다. 오죽하면 청년들의 좌절이 표현된 헬조선’ ‘이생망’ ‘다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할까.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학력 백수로 일컬어지는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 334만 명을 돌파해 15년 전인 2000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대기업 공채나 공무원 시험, 진학 등을 위해 취업을 미루거나 구직 자체를 단념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취업난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열정을 갖고 현실에 순응하라는 식의 영혼 없는 조언은 생게망게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어른이 부재한 이 시점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이 책은 김대중 원고 작업을 8년간 맡은 김대중 전문가이자 기자이며 시인인 김택근이 김대중의 신념과 역정을 담긴 말의 정수를 골라 용기, 도전, 지혜, 성찰, 인내, 평화, 감사 등 7개 장에 김대중의 정신과 삶을 풀어내었다.

 

52년 전 마흔 살 초선의원 김대중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목숨을 걸고 효창운동장에서 박정희 3선 개헌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여러분은 다수의 의석으로 우리의 의사를 유린하고, 우리는 소수로서 말이라도 벌여놓고 하자는 것을 그 입마저 여러분이 봉쇄하려는 것은 차라리 우리를 전부 몰아내고 의원총회를 하는 것만 같지 못할 것입니다”(p.52).

 

저자는 다시 김대중을 생각함은 세상이 편치 않다는 얘기다. 둘러보면 김대중이 생애 마지막까지 가슴을 쳐야 했던 세 가지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뒷걸음질 쳤다면서 김대중 없는 세상은 빠르게 흘러갔는데, 뒤로 간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는 김대중 글 감옥에 갇히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김대중에 관한 글을 엮고 썼다면서 어쩌면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때로는 주먹을 쥐었던 그 시대의 역동성이 새삼 그립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위대한 김대중을 보여주기보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김대중을 보여준다. 유독 눈물이 많고, 형제 중에 겁도 많았던 김대중.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이기에 했고, 참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참았다. 다독가 김대중은 고심 끝에 행동하는 사람이었기에, 연설문 한 줄, 인터뷰 한 문장도 언제나 진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김대중의 말에서 삶의 이정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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