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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 - 21세기 중국은 왜 이 길을 선택했나 ㅣ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1
권기영 지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푸른숲 / 2016년 3월
평점 :
21세기에 들어와 ‘팍스아메리카’ 체제가 막을 내리고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만큼 세계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으며 중국의 놀라운 부상이 피부에 와닿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륙에 불고 있는 ‘공자 띄우기’ 바람을 소개하며, 시 주석이 공자 탄생 2565주년을 기념한 대대적 행사를 벌이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국제학술대회에도 국가주석으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공식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많이 바뀌었다.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접목했고 문화의 영역에선 전통의 부활이 한창이다.
이 책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하고 중국 문화산업 특강, 중국 고전의 이해, 중국학 입문을 가르치고 있는 인천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권기영 교수가 1919년 신문화 운동부터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까지 중국이 걸어온 길을 마르크스와 공자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저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전통문화의 상징인 공자를 다시 불러온 데에는 경제적 성장에만 주목해온 21세기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그려나가겠다는 속내가 깔렸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반전통에서 갑자기 전통에 대한 찬미로 전향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결국 핵심은 중국의 전통,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자와 유교적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에 있을 터다. 물론 이런 공자의 소환은 시대적 요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p.81)고 말했다.
1980년 말 동유럽과 소련에서 공산주의는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 때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는 위기를 느끼고 택한 것은 민족주의였다. 사회주의 이념을 대신할 이데올로기다. 이후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애국주의는 덩샤오핑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느닷없이 찬양하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끌어들인 것이 공자 사상이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로는 더 이상 중국인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없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전통문화 부흥을 외치면서 공자학원을 세계에 전파한다.
공산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면 중국을 그 동안 일당지배해온 통치 논리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은 소련의 해체가 사회주의의 모태가 되는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중국이 안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모순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과 경제 급성장으로 비롯된 이념적 공백을 메우고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를 역점 사업으로 삼은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그 동안 분출하는 농민 시위와 폭동, 도시 빈민의 확대를 보면서 공자의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에서 해답을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