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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우리는 태양과 바람, 공기와 물, 식물과 동물이 주는 고마움을 쉽게 잊는다. 나는 숲을 좋아하여 아침이면 집 뒤에 있는 공원에 가서 나무들과 대화를 한다.
생명이라곤 도무지 없을 것 같았던 얼어붙은 땅에 앙상한 가지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준다. 사람은 언어로 대화를 하지만 나무들은 몸짓으로 대화를 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 공기, 물, 토양 등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가 바로 식물인데, 식물 중에서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아낌없이 산소를 공급한다.
숲은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가 대단히 크다. 숲을 찾는 휴양객의 대부분이 도시생활에서 오는 피로의 해소와 휴식을 휴양동기로 밝히고 있다. 많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숲이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숲에서 천천히 명상을 하면서 걷다보면 불안감이 없어지고 자아존중감과 행복감이 넘친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 고혈압 및 우울증 개선 등에도 탁월하다. 숲의 소리, 자연적인 경관, 싱그러운 향기 등은 숲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여기에 맑은 산소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음이온의 효과가 더해지고,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숲길을 보행할 때의 지압 효과와 심폐기능 증진을 통해 사람의 신체를 치료한다.
이 책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산림 관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숲 전문가 페터 볼레벤이 30여 년간 나무를 돌보고 숲을 관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환경생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친환경적인 산림경영을 하는 독일 휨멜 조합에서 일하는 산림경영지도원이다.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란 부제를 붙인 이 책은 나무와 숲에 대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무의 삶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며 나무의 자연사 권리를 주장한다. 나무에게도 감각과 감정, 기억이 있고, 대화하며 소통하고, 어린 세대를 사랑하고 보살필 뿐 아니라 늙고 병든 이웃을 돌보는, 인간과 같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사람만큼이나 사회적인 존재이다. 오랜 기간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이웃 나무의 지원을 받거나 서로 뿌리가 뒤엉켜 하나의 뿌리처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나무 하나하나는 나약하지만 많은 나무가 모이면 생태계를 만들어 추위와 더위를 막고 물을 저장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나무는 몸과 마음의 안식처다. 그런데도 나무를 아끼지 못하고 마구 훼손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무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무의 삶은 놀랄 만큼 인간과 닮아 있고 인간 삶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밀려난 나무가 벌이는 생존 투쟁이 너무나 눈물겹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