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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중일기 - 내 쓸쓸함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ㅣ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3
김정은 지음, 이우정 그림 / 씽크스마트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난중일기>란 불멸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한산대첩 등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1593년 최초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었으나 1597년 통제사 직에서 해임되고 투옥, 고초를 겪었으며, 정유왜란 와중에 백의종군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었고 두 달 뒤 명량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치게 된다. 1598년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적탄에 맞아 전사했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 중에 ‘난중일기’를 써서 전쟁 중에 지휘관이 직접 전쟁에 참전하여 체험한 사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책은 <엄마 난중일기>이다.
이 책은 정치와 종교를 넘나들며 평생 민족과 통일만 외치신 고매한 아버지 옆에서 자식들 생계를 책임지고 오랜 교직생활을 한 엄마의 팍팍한 삶을 보며 절대 경제력 있는 아내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저자 김정은이 세상의 모든 아줌마를 위해 펴낸 에세이이다. 저자는 아내, 엄마, 며느리, 딸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여자와 남자의 언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 둘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옛날 부모들은 남편은 직장에서 돈을 벌고 아내는 집안에서 아이들을 보며 살림을 했다. 그러나 요즘 중·노년층 부부의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 ‘참을 인’을 수 천 번 써가며 수 십 년의 세월을 보내다 ‘더는 울분을 누르고 살 이유가 없다’며 갈라서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성격 차이, 배우자 외도, 정신적·육체적 학대, 가족간 불화 등 황혼 이혼의 이유는 다양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이 사는 모습에서 주제를 집어내어 자신에게 적용해보면 고민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그래서 여기 놓인 자신의 삶을 참고삼아 당신들만의 정답을 찾아보라고 솔직하게, 친근하게, 수다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허무감, 상실감에 빠진 엄마들, 엄마 은퇴선언을 할 날을 기다리는 동지들에게 즐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떤 분일까? 하고 찾아보니 이 책의 날개에 저자의 출생, 말과 글, 연애와 결혼, 전업주부, 혼돈, 자기탐색, 사상, 화해가 있기에 읽어보니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한 개인의 인생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가 때로는 어머니 같고, 때로는 아내 같이 느껴진다. 세상에 모든 어머니와 아내들의 삶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엄마들! 이제 세상의 압박에 짓눌려서 한 알의 밀알로 썩을 생각만 하지는 맙시다. 우리도 누군가의 정성을 먹고 자란 어여쁜 열매잖아요. 영글지도 못한 채 미리 땅에 떨어진들 제대로 싹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이왕 누구의 열매인 우리가 주어진 시간을 잘 누리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사랑하며 사는 게 먼저입니다.”(p.144) 라고 말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기보다는 곁에 두고 틈틈이 보며 구절을 되새길 때 더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일기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거기 배어 있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중년 여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