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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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경신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말 국경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읽고 부터이다. 황경신 작가의 국경의 도서관은 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치게 한다. 특히 38편의 짧은 글은 더욱 강력하고 흥미로우면서 짧은 글로 인한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독특하고 섬세한 글 속에서 아마도 작가가 현 시대를 살면서 느끼고 아쉬워했던 부분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서술해 나간 것 같다. 이 시대가 점점 메말라 가는 현실 앞에 좋은 감성과 교훈을 주는 글인 것 같다.

 

국경의 도서관을 읽은 이후 황경신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래된 황경신 작가의 책들을 모조리 구입해서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난 1990~2000년대 사이, 잡지 페이퍼에 한 편씩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그러나 완벽한 룸메이트처럼 내 마음을 꼭 지탱해주는 서른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감각적이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여러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글재주가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뭘 써야할지 몰라서어려움을 겪으면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여름 고양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봄은 지난 봄, 옆집에 잠시 머물렀던 풀이고 잎이고 꽃이고 소녀다.”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여름이 돌아와 여름이 좋아하는 말린 멸치를 들고 이름을 불렀지만, 차가운 바람만 밀려들어올 뿐이었다.

 

어는 날 작가는 초콜릿 가게 같기도 하고 우체국 같기도 한 초콜릿 우체국앞을 지나게 된다. “별로, 초콜릿을 살 일은 없지만, 생각하며 나는 오렌지 빛깔의 문을 밀고 초콜릿 우체국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작은 우체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표를 사는 곳이 있고, 소포를 붙이는 곳이 있고, 접수를 받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누구 안 계세요, 하려는데 안쪽에서 작은 문 하나가 열리더니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쪽에 놓인 소파를 손으로 가리켰다. “초콜릿을 사지 않을지도 모르는데내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앞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초콜릿 우체국이란 게 뭐 하는 곳인가요? 광고전단지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어서” “뭘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까?” 남자는 도리어 내게 반문했다. 우체국이니까 누군가에게 뭔가를 부칠 수 있는 곳이겠지, 그리고 그 뭔가는 아마도 초콜릿이겠지, 나는 생각했다.“(p. 321)고 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난 것 같은 환상적이고 따뜻하다. 또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누구나 한번 손에 잡으면 책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 우리가 늘 지나던 골목길에 초콜릿을 파는 우체국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국경의 도서관과 더불어 책꽂이에 꽂아두고 자주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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