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숨.쉼, - 순천만에서 12명의 작가들이 펼치는 삶과 힐링의 모놀로그
곽재구 외 지음, 주명덕 외 사진 / 시공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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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자리 잡아 준 자연 생태계의 보고 순천만은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철새들이 떼 지어 찾아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곳이다.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이곳 순천만은 이른 새벽에는 몽롱한 안개에 젖어 흐느적대고, 가을 오후에는 햇살을 묻혀 흩날리며, 머릿결조차 날리지 않을 미풍에도 살며시 춤을 춘다.

 

갈대밭은 이 땅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순천만처럼 거창하고 우아하며 매혹적인 곳은 없다. 여름에는 초록빛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탈색된 줄기들만이 바람에 춤을 추며, 광활한 갯벌과 주변의 산과 섬, 갯벌, 갈대 군락지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해질녁 순천만은 시시각각 색감을 변화 시킨다. 햇살에 물든 갈대꽃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칠면초 군락은 물결처럼 붉게 흔들린다. 서서히 땅거미가 앉아 갯벌이 어둠속으로 사라질 무렵이면 푸드득 갈대밭에서 날아오른 철새들이 하늘높이 한가로이 가로지르면 순천만의 풍경은 절정에 달한다.

 

이 책은 주명덕 구본창 조대연을 비롯한 7명의 사진작가와 신달자 신경숙 곽재구 등 5명의 작가가 수 개월 동안 전남 순천만 습지를 방문한 후 그곳에서 느끼고 배운 삶과 힐링의 메시지를 사진과 글로 담아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사진작가와 글 작가의 순서로 구성됐다. 먼저 순천만의 사진을 감상한 뒤 글을 읽는다면 새로운 감회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 뒤에 박종우 다큐멘터리 감독이 연출한 영상 DVD가 포함되어 있어 순천만의 갈대와 바다, 철새, 바람을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사진작가 주명덕은 순천만은 바람, , 철새로 가득하다. 순천만은 바람이 떠난 빈 하늘, 물이 빠진 빈 갯벌 철새가 떠난 빈 들판도 있다. 자연으로 가득하기도 하고, 자연으로 텅 비어 있는 곳. 자연 그대로 자유롭게 숨 쉬는 땅이다.“(p.18) 라고 말했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순천만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달자 작가는 이 책에서 순천만의 바람이 갈대를 덮친다. 갈대는 바람을 받아 준다. 거역하거나 손사래를 치지 않는다. 받아 주는 것으로는 저 깡마른 노인을 대적할 수 없다. 바람이건 비건 눈이건 물안개의 답답함까지 다 받아 준다고 하면서 모든 것은 흐르거나 떠나갔다.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다. 아무것도 기다릴 것이 없다. 아무것도 그리워 할 것이 없다. 막막하다. 죽을 듯 침잠한다. 죽을 듯 아프다. 말하지 않았는가. 아름다움은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것은 잔인하다. 나는 지쳐 있고 나의 정신은 그 불꽃이 잦아드는 듯하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 순천만에 왔다. 나는 도시에 살지만 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백 번 순천만을 갔다가 오곤 한다.”(p.213)고 말했다.

 

이 책을 한자 한 장 넘기면서 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에 근심이 다 사라진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자주 자주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순천만의 습지에 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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