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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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이유도 없이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때론 이유를 모른 체, 늘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이토록 나의 마음을 나의 정서적 감각을 쓰리고 아프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러한 감정이 일과 중에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뼈에 사무치는 듯한 근본적인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시 묻어둘 뿐이다.

 

이 책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가 지난 4년간 일본 생활을 통해 축적해온 일본에서의 일상을 담은 심리 그림에세이다. 외로움이란 즉 공백을 의미하며 성공하지 못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에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고말한다.

 

생각해보니 올 한 해도 정신없이 달려왔다. 남들은 휴가니 여행이니 하면서 휴양지로 떠날 때도 난 숨 가쁘게 일만했다. 잠시라도 공백이 생기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산다는 것은 과연 바쁘게만 사는 삶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혼자 지내면 수시로 불안하다. 외국에서 지내니 더 그렇다. 심리학을 30년 넘도록 공부하고 있지만, 내 특별한 중년의 불안을 해결하는 신통한 심리학적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일본 아줌마들은 참 열심히 이불을 넌다. 햇볕이 참 좋다 생각하고 창문을 열면, 집집마다 이불이 창문에 걸려 있다. 나도 이불을 널었다. 오후 내내 그림을 그리다 저녁 무렵 학교에서 돌아올 때, 우리 집 창틀에 이불이 걸려 있으면 참 기분 좋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다. 밤에 그 뽀드득하는 느낌의 이불을 덮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혼자 자도 견딜 만하다.”(p.48) 고 말한다.

 

일본에서 홀로 밥해 먹고 빨래하며 남는 시간은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데 투자했다는 저자는 외로웠지만 동시에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에서 고독은 낯선 단어이고 실패한 인생의 특징이지만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문제는 외로움을 피해 생겨난 어설픈 인간관계에서 시작되며 외로움을 감내하는 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불안하면 숲이 안 보인다’, 2남에 의해 바뀌면 참 힘들다’, 3금지를 금지하라’, 4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등 이다. 저자는 삶의 게슈탈트를 바꾸는 방법을 세 가지로 말한다. 첫째, 사람을 바꾸라는 것이다.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장소를 바꾸라는 것이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과 태도도 바뀐다. 셋째, 관심을 바꾸라는 것이다.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가 생기면 공부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관심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삶의 장소도 바뀌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가족들 속에서도 빈 둥지 증후군을 느끼곤 한다. 각자 바빠서 일터로 학원으로 달려 나가는 가족들, 그리고 나 역시 홀로 집을 드나들어야 하는 허전함과 외로움 속에서 나이 들면서 느끼는 현대가 가져다주는 삶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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