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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야화 - 천년을 떠돌던 역사 속 신비로운 이야기들
도현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나는 산골동네에서 할머니에게 ‘옛날 옛날에...’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 틈에 낀 생활, 문화와 배경이 모두 역사다. 낯선 단어와 외워야 하는 숫자들 탓에 역사를 그저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역시 역사는 재미있는 것이다.
엄청난 인기를 끈 TV 드라마, 영화, 소설은 물론이고 심지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는 특히 조선시대 TV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봤다. <세종대왕>, <정조대왕 이산>, 그리고 요즘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육룡의 나르샤>는 너무 재미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매일 밤 왕에게 온갖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신하의 일생을 담은 스토리로 <삼국지> <박물지> <수신기> 등 옛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신비로운 사건부터 같은 시대 조선 밖 여러 나라들의 정세까지, 민간을 떠돌던 야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렸을 때 ‘왕’이라고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산다고 생각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의 왕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는 연산군처럼 왕위에서 쫓겨난다.
열 한 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 즉위한 순조가 공부를 마치고 쉴 때 신하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중학교 다닐 때 수학이 너무나 어려웠다. 수학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어려운 수학을 가르치다가 보면 학생들이 모두 잠이 든다. 혼자서 떠들어대든 선생님이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잠자던 아이들이 모두 깨어 일어나든 일이 생각난다. 아마 조선시대 왕도 공부하는 것 보다는 옛날이야기 듣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신비한 이야기’에서는 조선과 중국에서 일어났던 신기한 이야기들을 신하인 송화가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 ‘조선의 바깥세상’에서는 청년이 된 왕이 김상우라는 한 인물을 통해 조선 바깥, 세계 각국의 정세에 대해 알게 된다. 3장 ‘지난 역사의 회고’에서는 장년이 된 왕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을 헤매다가 송화로부터 양무제, 병자호란, 아편 전쟁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삶을 마칠 준비를 한다. 각 장마다 이야기의 소재가 된 원전의 이야기를 소개한 ‘작가의 해설’ 코너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을 펼쳐 읽다보면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지식이 하나하나 쌓여가고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송화가 남긴 <조선야화>는 송화 집안의 가보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고 오늘 우리들에게까지 읽히게 되었다. 야화로 시작하지만 단순히 야화로 끝나지 않고 옛이야기가 전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역사까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