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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해야 하는가 -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ㅣ 한국 자본주의 2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어릴 적에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노래를 많이 불렀다. 1920년대 유행했다는 ‘희망가’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 문득 딱 들어맞는 가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후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가 싫다고 하니 큰 걱정이다. 한 언론조사에서 2030대 젊은 세대 3명 중 1명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또 2030세대의 절반가량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답해 창피한 나라로 인식했다. 세계 11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옛날에 비하면 잘 입고 잘 먹는 세상이 됐는데도 우리의 후대들이 허덕이며 절망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국민으로 살기 싫은 나라’란 염증이 들도록 만들었을까. 풍진 세상을 만난 탓일까. 아니면 서열과 계급, 세대 간 경쟁에서 피해를 입은 소산일까. 참을성 없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나약한 세대라서 그런가. 도전과 용기가 없다면 젊음이랄 수 없다.
이 책은 경제민주화 시민운동의 대부이며, ‘재벌 저격수’로 꼽히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3포세대’ ‘헬조선’ ‘망한민국’ 등과 같은 신조어가 횡행하며 절망과 포기가 키워드가 돼 버린 청년세대들에게 던지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아직 재산보다는 소득 차이가 불평등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소득 차이는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 때문이며 이는 기업의 임금 분배 구조가 잘못된 탓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소득 격차’가 ‘임금 격차’라고 강조한다. 임금 격차가 커진 이유에 대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늘지 않은 반면 기업소득은 크게 늘었고,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분배의 시작점인 기업의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소득 불평등이 모든 불평등의 발원지라는 것이다.
‘불평등’과 관련하여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진보는 오랫동안 딴소리를 해 왔다. 임금 격차가 문제인데 빈부 격차만 강조하며 무조건 가진 사람들 욕만 했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 불평등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고 쓴 소리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의 정의롭지 못한 한국을 기성세대가 만들었는데 청년세대에게 세상을 바꾸는 짐을 떠넘기는 것은 기성세대가 무책임한 것이다.”(p.38) 라고 하면서 “10년 전 ‘88만원 세대’였던 30대는 ‘3포 세대’로 추락했고, 다시 ‘5포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20대는 쓸모없는 나머지라는 ‘잉여세대’라고 자조하고, 너무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세대가 이런 퇴보와 퇴행과 비정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p.39)고 하면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며 그 ‘우리’란 청년세대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청년들이여, 절망스런 현실 앞에서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히 일어나 분노를 표시하고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위해 행동에 나서라’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