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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여행 - 인생 리셋을 위한 12가지 여행법
이화자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0월
평점 :
사람들은 모두가 여행을 꿈꾼다. 아마 떠나기 전의 설렘이 있어 좋고, 돌아와서는 남겨진 추억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동안 동남아를 비롯하여 유럽, 미주,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 가는 곳마다의 지역 풍경만 구경한 것이 아닌, 그곳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마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이젠 홀로 배낭 하나 질끈 메고, 주로 걸으며 혹은 자전거를 타며 세상 이곳저곳을 가보고, 그곳의 세상을 느끼고 싶다.
세계에는 각 나라별 다른 문화와 종교, 그리고 인종이 분포되어 산다. TV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본 그들은 우리에게는 남의 일이 되기도, 남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행을 통해서 직접 손을 잡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그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광고 카피라이터, 대학 교수, 여행 작가로 살아온 이화자씨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일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일’이라며 불행한 안락보다는 위험한 행복을 택해 80여 개국을 돌아보고 12곳을 골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삶의 고비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일상은 뭔가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처럼 지루하고,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해서 무언가를 시작하자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어딘가에 턱 하고 걸린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책도, 친구의 위로도, 선배의 조언도, 그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가끔 인도나 네팔을 가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세상엔 모르는 척 눈감고 지내는 것보다 일단 경험하고 폭을 넓히는 편이 나은 게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감수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진짜 실패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데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발견을 하고 싶어 하는 이에게 네팔은 아마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p.44)고 말했다.
누구나 변화를 원하기는 하면서도 두려워서 시도하지는 못한다. 그럴 땐 많이 보고 듣고 걷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본 것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한 것 이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터닝 포인트를 찾기 위해 떠난다면 조금은 다른 곳,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 가보기를 권한다. 똑같은 곳에서 남다른 생각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다른 말을 쓰고, 다른 것을 먹고,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섞여보라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삶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라고 말이다.
저자는 “오직 여행만이 알려주는 지혜가 있었다”며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힘들어하는 것은 삶의 확정성 때문이라고들 한다. 삶의 방향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버렸고 로또와 같은 반전이 터져주지 않는 한, 내 인생은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채 그저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체념과 절망 말이다”고 전한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사진들만 봐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