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도시의 연인
한지수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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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는 현대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 위치한 고대 로마 시대의 도시다. 항구도시였던 폼페이는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이자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런데 서기 798월에 일어난 베수비오 산의 엄청난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화산재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폼페이와 주변 도시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비극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00년 전 고대 로마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놀라운 역사의 현장이자, 오늘날 우리들에게 과거의 삶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지난해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는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이 사라진 도시 폼페이의 마지막 날,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러브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어릴 때 로마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뒤 노예 검투사가 된 남자 주인공과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이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 순간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배계층이든 노예든 모두 도망을 치지만 아무리 뛰어봤자 뜨거운 용암과 불길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불타는 화산을 뒤로 한 채 뜨거운 입맞춤을 하며 마지막 최후를 맞는 내용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타락한 도시는 신의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책은 2006년 등단 이후 줄곧 날카로운 각으로 새로운 이야기 실험을 계속해온 한지수 작가가 서기 79년 여름,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단 18시간 만에 사라진 폼페이의 유적에서 발굴된 화석을 통해 고대인의 인간군상을 그린 역사소설로 그때 살았던 인물상과 생활상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부활시켰다.

 

인구 2만의 도시 폼페이가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18시간이다. 79824일 정오. 나폴리 연안에 우뚝 솟아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그 일대를 검은 구름으로 뒤덮었다. 화산은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암을 뿜어내면서 인근 도시로 쏟아져 내렸다. 폼페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화산재를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났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고온 가스와 열구름에 질식하거나 뜨거운 열에 타죽었다. 이 폭발로 당시 폼페이 인구 중 2,000명이 화산재 속에 매장되었다.

 

화산재가 응결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위에 또 다시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면서 폼페이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채 1,500년 동안 깊은 잠을 자야만했다.

 

그러나 1592년 폼페이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1,500년 동안 깊은 잠을 자던 폼페이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 본격적인 발굴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 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빅토르 에마뉴엘 2세의 명으로 고고학자 주세피 피오렐리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되었다.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한 체계적인 발굴로 유적은 하나씩 제 모습을 드러냈고, 당시 죽은 사람들의 화석도 보존되게 되었다.

 

이 책은 의도된 스토리에 인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인물들에 의해 쓰인 소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로마의 최고 전성기 때 폼페이가 갑자기 멸망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이런 불행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베수비우스에 가서 교훈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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