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람의 시간
김희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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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은 분주하고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런 일상이 반복돼 권태롭다. 좋은 집과 안정된 직장, 사랑하는 가족.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다. 대기업에서 일해도 몇 년 버티면 퇴직해야 하니 미래가 불안하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퇴직을 권고 받는다고 생각하면 공포가 밀려온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몇 푼의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앞날이 막막하다. 삶의 절망은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친다.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달려오다 어느새 늙고 힘없는 노인이 되어 혼자서 이런 말을 되뇔지 모른다.

 

가족과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어. 남들처럼 먹고살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노력했다고.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됐지?”

 

그래서 현대인들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행복한 인생이라도 균열과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스페인, 바람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은 가우디다>로 국내 독자들에게 스페인 건축과 문화의 깊이를 전해준 건축가 김희곤이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만난 스페인 사람과 건축, 그 자유로움과 뜨거움을 마주한 1년 반 동안의 바람의 시간을 담은 소소한 기록이다. 동시에 아내와의 사랑과 건축에 대한 열정을 회복해가는 가슴 따뜻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행자로서 바르셀로나, 톨레도, 부르고스, 빌바오 등 산천을 돌아다니며, 그가 겪고 느꼈던 스페인의 공기, 그 바람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누구나 꿈꾸지만,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던 권태로운 일상에서의 탈출갑갑한 마음을 바람으로 채운 여행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마흔넷의 느지막한 나이에 찾아온 숨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생일날 아내의 곱지 않은 시선을 뒤로하고 바람처럼 스페인으로 무작정 떠났다. 미지근해진 아내와의 사랑, 싸늘해진 건축에 대한 열정, 몸을 옭아맸던 밥벌이의 지겨움을 뒤로 한 채 스페인으로 건축 유학을 결심한다.

 

저자는 여행이란 우여곡절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여행의 진실이며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고독하고 힘든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실타래같이 헝클어진 인생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혼자서 하는 여행은 고독하고 귀찮은 일이라고 하면서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만지고 호흡하고 체험하며 그들의 문화를 두드려보는 것은 여행의 거친 속살을 직접 만지는 일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일방적인 나의 관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그들의 문화와 풍습 속으로의 동참이자 참여하는 체험”(p.267) 이라고 말했다.

 

나는 스페인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으로 떠난 저자의 경험을 통하여 그의 기운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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