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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평양
강지민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북한은 눈앞에 두고도 갈 수가 없다. 몇 년 전에 중국여행을 하던 중 단동에서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을 가로지르며 북한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단동 압록강에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동을 잇는 두 개의 다리가 있다. 각각 1911년과 1943년에 지어졌는데 하류 쪽에 먼저 가설된 다리는 6·25전쟁 때 폭격을 당하여 북한을 잇는 부분이 파괴되어 있고, 상류 쪽의 다리는 1990년 ‘조중우의교’라 개칭되어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압록강상류 중국 길림성 장백현 조선족자치주 주민들에 따르면 강건너 맞은편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장백현으로 건너온 탈북자가 한해에도 수백명이 된다고 한다.
이 책은 80년대 중후반 평양에서 태어나 20여 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2000년대 중반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저자 강지민이 북한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등 북한의 현실을 보다 진솔하게 들려주는 북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목숨을 걸고 탈북을 하게 된 과정과 그토록 그리던 자유대한민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는 고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가난과 폭력으로 점철된 나라, 자본의 힘을 알기 시작한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북한 사람들 스스로도 당황할 정도로 씁쓸하다. 하지만 북한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북한에도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북한에서는 “종교는 인민의 정신을 좀먹는 아편”(p.116)이라고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북한에서 가족끼리 예배를 드리던 어느 가족은 보위부에 적발되어 끌려갔으며, 전부 금식하며 기도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또한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공공연히 점을 봐주고 미신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중앙당 간부들의 부인들은 남편과 자식들의 출세와 운명에 대해 점을 본다고 한다.
북한을 탈출하여 ‘자유대한’의 품에 안긴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에서의 자유롭고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갖은 고생을 무릅쓰고 한국에 왔지만 막상 와서 보니 취직은 어렵고, 주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거나 무시를 당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북한에 가족과 형제를 두고 와서 겪는 외로움, 향수병과 같은 심리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은 험난하기만 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이들의 사회 적응을 가로막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을 동포의 나라로 여기는 경향이 크지만 한국에서 북한 이틸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난한 공산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보는 등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아픔을 느꼈다. 같은 동포이면서도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풍요롭게 사는 것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