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충돌 - 독일의 부상, 중국의 도전, 그리고 미국의 대응
장미셸 카트르푸앵 지음, 김수진 옮김 / 미래의창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G2가 대세였다. 그래서 권력의 중심추가 태평양으로 기울었다고들 했다. 그러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 차이나메리카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이인자에 머문다는 조건에서 G2체제를 수용할 입장이었으나 중국은 미국을 넘어 일인자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돌아온 유럽의 맹주 독일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한 나라를 정복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칼로 정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정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독일은 후자를 택하여 군사력 대신 경제력으로 유럽의 맹주가 된 것이다.

 

이 책은 23세에 프랑스 최고의 언론인 학교 CFJ를 졸업한 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프랑스 언론인 장미셸 카트르푸앵이 세계 경제 패권을 잡으려는 미국, 중국, 독일의 각축전을 다룬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화제국에 대한 서사는 우리가 익히 들었던 것이지만, 신성로마제국이 부활한 것과 같은 독일의 민낯을 프랑스의 관점에서 그리는 대목은 흥미롭다.

 

저자는 독일을 비스마르크 시대의 전략을 제대로 되살린 중상주의 국가로 본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철과 피로 독일 통일을 이루어낸 프로이센의 외무상이자 재상이다. 하지만 그가 덴마크와의 전쟁, 오스트리아와의 자도비 전쟁, 프랑스와 전쟁을 한 것은 영토를 점령하거나 유럽의 중심에 프로이센의 패권을 확립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동반자들이 서로 대립하기보다 협력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었다. 그는 독일식 공동경영의 아버지였다.

 

독일은 회계사의 탈을 쓴 패권국이다. 유럽 맹주 자리를 넘겨준 이웃나라 지식인들의 관점을 대변하는 말이다. 저자는 얄밉도록 냉정하게 실속을 차리는 독일을 보며 프랑스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탄식한다. 프랑스가 결국 게르만 제국에 흡수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을 주축으로 패전국 독일이 저지른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추궁하게 된다. 영국의 외무장관 안소니 에덴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간사냥"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나치전범에 대한 추적은 연합국이 전범재판에 세우기 위해 이루어지거나, 그 희생자와 그 가족, 지역주민들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독일은 아데나워 총리 시절인 1952년 나치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담은 룩셈부르크 협약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그해 처음으로 나치의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30억 마르크(2,100억원)의 피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독일이 1952년부터 60년간 지급한 배상금이 무려 700억 달러(80조원)에 다다른다고 한다.

 

독일은 자신들의 어두운 역사를 철저히 반성함으로 주변국들과 분쟁 및 갈등이 아닌 건설적인 미래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는 과거사로 인해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는 일본의 행보와 대조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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