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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라디오
모자 지음, 민효인 그림 / 첫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특이하다. <방구석 라디오> 방구석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쓴 책일까? 호기심에 책을 읽었다. 여느 책과는 달리 짤막한 글로 되어 있어서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 누구나 쉽게 책장을 펴 들고 읽을 수 있다. 짤막한 글이라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가 담겨있다.
흔히 책을 읽다가 보면 왜 이런 책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책이 있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그래서 몇줄 읽다가 보면 잠이 오는 책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글들은 포장되지 않은 담백함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하루를 그냥 흘려보낸 것 같아서 아쉬우면서도 고민스러웠던 하루가 빨리 지나가버리기를 바라는 모순된 마음, 행복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절제했는데 그게 행복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불행해지고 싶지 않았던 건지 점점 모르겠다는 생각, 누군가 진심으로 다가와 주길 바라면서도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마음이 안타깝다는 고백까지… 알다가도 모를 마음의 조각들이 평범한 이들의 마음과 닮았다. 그래서 글 속에서 느끼는 공감과 동질감이 큰 위로가 된다.
이 책은 세상을 마음으로 관찰하는 필명이 모자인 작가가 평범한 30대처럼 직장생활을 하던 보통의 한 남자가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우리가 한 번쯤 고민했으면서도 너무나 사소하다고 여겨 지나쳐버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책에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사연마냥 자유로운 소재와 다양한 감정이 실린 에피소드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건지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느낀 순간 이 책을 보면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더 행복한 인생을 고민하고 잘 살고 있는 건지 돌아보며, 또 미래를 걱정하고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저자의 모습은 잊고 있던 나의 일상과 솔직한 내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에서 작가는 “해가 뜨기 전 집을 나와 해가 진후에 집에 들어가는 직장인, 해가 뜬 후에 잠에서 깨어 새벽까지 잠 못 드는 취업준비생, 같은 시계를 공유하며 세상을 걷는 이들이지만 서로가 마치 다른 세상을 사는 것처럼 마주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의 일상을 부러워하고 또 안타까워할 테지만, 그들 모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시골 산골 동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새벽까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라디오 DJ들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사연을 듣는 것이 좋았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라디오를 친구삼아 매일 밤 신기한 이야기들을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이제는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게 됐지만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라디오가 그리워진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 책을 읽고, 읽고 난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하나하나 모아 정리를 해보니 책 한권은 낼 수 있는 분량이 되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금언은 결코 위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나의 소소한 일상을 포장이 아닌 진실한 글로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