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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만나, 이 생이 아름답다 - 시로 쌓아 올린 천재 시인들의 풍류와 우정
칭란쯔 지음, 정호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시를 좋아한다. 내가 언제부터 시를 좋아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중학교 때쯤인 것 같다. 그 때 읽었던 천상병 시인의 시가 오늘도 한 폭의 수채화 같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 ‘귀천’은 천상병 시인의 대표적 시다. 그는 이 세상의 삶을 소풍으로, 돌아가야 할 본향을 하늘로 이미지화하였다. 천상병 시인의 삶을 생각하면 누구나 동정과 연민이 일어난다. 천재 시인이었지만 동백림사건으로 갖은 고문과 옥고를 치르고 행려병자가 되어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술에 찌들어 불우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술에 취할수록 천재적 순수 서정시를 쓰며 세상 너머의 푸른 본향, 삶의 원형을 사모하였다. 우리 인생을 ‘소풍’이라 표현한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 과연 우리는 소풍 끝내고 돌아가는 날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중국 윈난성에서 태어나 중국예술연구원에서 중국 고전 시가를 연구했으며, 고전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빼어난 감식안으로 아름다운 중국 고전 작품들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는 칭란쯔가 두보, 이백, 왕유, 백거이, 맹호연, 원진, 한유 등 중국 고전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당시 거장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으고 그들의 드리워진 벗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책에는 꽃씨처럼 만나 지음이 되고, 헤어진 뒤에는 문장을 매개로 그리움을 전했던 천재 시인들의 절절하고 애틋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 [왕유와 배적] ‘그대 떠난 뒤에 비로소 그리움을 깨달았네’, 제2장 [두보와 이백] ‘해를 좇던 달이 푸른 하늘에서 함께 만나다’, 제3장 [유우석과 유종원] ‘나는 장자가 되어, 그대는 꿈속의 나비가 되어 다시 만나리’, 제4장 [이백과 맹호연] ‘풍류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한 몸에 존경을 받다’, 제5장 [백거이와 원진]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그리워하기에 생은 너무 짧다’, 제6장 [한유와 맹교] ‘나는 원하노라. 내 몸이 구름 되고, 그대는 변해서 용이 되기를’ 모두 6쌍의 시인들의 깊이 있는 나눔이 있다. 그저 우정이라는 단어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서 정말 애정이지만 단순히 애정이라고 이야기 할 수없을 정도의 깊은 정이 존재한다.
왕유와 배적, 두보와 이백, 유우석과 유종원, 이백과 맹호연, 백거이와 원진, 하유와 맹교 이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시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들에게 우정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쓸쓸한 황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에서 우러나 오랫동안 지켜온 우정은 남녀 사이의 감정보다 애틋했으며, 친척이나 친지 사이의 감정보다 깊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한시의 새로운 멋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멋이 있다는 것이 너무 멋지다.
중국 고전 중에서도 당시는 인간의 수많은 희로애락과 감정이 응축돼 중국에서 ‘천 년의 고전’이라 불린다. 특히 몇몇 시인들은 친한 시인을 향해 우정을 표현한 작품을 쓰거나 이를 편지처럼 서로 주고받으며 당시를 더 찬란하게 꽃피웠다. 그래서 현대인들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도 시 하면 하나의 영혼을 갖게 된 듯 시를 써내려갔던 천재 시인들의 당시를 손에 꼽고, 그 시대에 활동했던 천재 시인들의 이름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