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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의 아들
에셀 릴리언 보이니치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추기경’이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 가는 성직자의 지위를 말하며, 로마교황이 선임하는 최고 고문으로서 교황청의 각 성성(聖省), 관청의 장관 등의 요직을 맡아보며, 교황선거권을 행사한다. 추기경단은 대개 주교급, 사제급, 부제급 추기경들로 구성된다. 교황을 의장으로 하는 추기원회의를 구성하며, 교황이 죽으면 사후 15일 이내에 전 추기경들이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교황 선출회의를 열고 새 교황을 선출한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추기경의 아들>이라니? 추기경은 결혼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들이 있단 말인가? 하고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
중세시대에는 가톨릭 성직자의 숨겨놓은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멕시코의 한 가톨릭 성직자는 숨겨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55년의 징역형과 함께 1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책은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소설가인 에셀 릴리언 보이니치가 1830-40년대 이탈리아 민족통일운동을 배경으로 가톨릭 신부의 사생아로 태어난 한 젊은이의 가혹한 운명과 애절한 사연을 담아냈다. 성직자의 거짓과 위선, 가까운 사람들의 배신, 위장된 자살, 마땅한 해법이 없어 일생 동안 가슴속에 품고만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사랑이 그려져 있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역사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서 버튼은 이탈리아의 부유한 영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자라면서 대학 초년생 때 이탈리아를 노예 상태와 빈곤에서 해방시키고 이 땅에서 오스트리아인들을 몰아내고, 이탈리아가 군주국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유 공화국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하운동 조직에 가담했다가 헌병대에 체포되고 군 수사기관의 심문을 받고 풀려나지만 이를 계기로 상상조차 못한 불행한 일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된다.
고해성사를 했던 신부가 밀고하므로 자신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고 아서가 사랑했던 여자 친구젬마 마저 등을 돌리고 떠난다. 아서는 자신이 성직자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생부의 사랑을 앗아간 신을 저주하며 가톨릭에서 무신론자로 변신한다.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바로 그날 밤 현실 도피를 위해 자살을 위장하고 곧바로 남미로 밀항한다.
그로부터 13년 뒤 아서는 만신창이 불구의 몸이 되어 귀국하는데 외모가 완전히 딴사람같이 돼 버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때부터 “리바레스”라는 가명과 “갯플라이”라는 필명을 사용해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반기독교 투쟁에 앞장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황령의 가톨릭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무장 반란을 도모한다. 무신론자로서 가톨릭 지배 체제와의 투쟁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이 책은 각계각층의 기묘한 인물들을 여럿 등장시켜 19세기 이탈리아의 뒤틀린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성직자의 거짓과 위선, 가까운 사람들의 배신, 위장된 자살, 마땅한 해법이 없어 일생 동안 가슴 속에 품고만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사랑이 담겨있다. 이 소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 종교집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