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 그래? -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일상의 종교학
김한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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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천이란 말이 있다. 개불천이란 개신교·불교·천주교를 줄여 부르는 말로, 개신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불교 사찰에 가서는 부처에게 절하고, 그리고 천주교에 가서는 신부 앞에 미사를 드리고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정치인, 성직자, 의사, 상인이 물에 빠지면 누구를 가장 먼저 건져내야 할까? 답은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오래 두면 물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되면 교회를 찾아오고, 절을 찾아가는 후보들을 본다. 용기 없는 비겁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에 일관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도 용기 있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김한수 기자가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여러 종교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소탈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성직자들의 일상을 취재하여 20149월부터 매주 금요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사찰음식에 된통 당한 뒷이야기, 노량진 수산시장만큼이나 활기찬 각 종교시설의 새벽 풍경, 스님들의 법명이나 천주교 신자의 세례명에 담긴 의미, 왜 여기서는 하느님이라 하는데 저기서는 하나님이라 하는지, 해마다 부활절 날짜가 달라지는 까닭 등 종교가 없는 이들은 물론, 해당 종교의 신자들도 한번쯤 궁금해 했을 71가지 내용에 대해 명쾌하게 답해준다.

 

종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다, 재미없다, 독선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종교를 그저 신성한 대상으로만 느끼게 된 걸까. 과연 무겁고 엄숙한 것이 종교의 전부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종교인도 사람이고 종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얼마든지 많은데 꼭 그렇게 엄숙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아닌 게 아니라 노숙한 성직자들의 풋풋한 햇병아리 시절 회고담, 고기는 안 먹어도 국수라면 사족을 못 쓰는 스님들, 주변의 압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튀는 외모를 고집하는 성직자들, 교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려하는 신도들의 따뜻함 등 그가 들려주는 71가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종교, 우리네 삶이 그대로 담긴 종교의 모습이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부는 그냥 신부, 목사도 그냥 목사라고 쓰면서 왜 꼭 스님에만 자를 붙입니까? 불교를 우대하는 편향적인 단어 사용 아닌가요?”(p.92) 라고 하면서 하지만 목사, 신부의 호칭을 잘 들여다보면 해답이 숨어 있다. 신부, 목사란 단어에는 이미 높임의 뜻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목사(牧師)스승 사()’, 신부(神父)아비 부()’가 그 열쇠다.”(p.93)라고 말했다.

 

저자는 종교별로 신자가 되는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종교가 신자 되기보다 신자로 살기를 강조하며” “삶과 신앙을 일치시키는 것이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p.265)라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기자가 종교에 대해 비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그러한 생각은 곧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책이야말로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일상의 종교학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미처 몰랐던 종교에 대한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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