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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본 일본 - 348개 맛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일본 문화 이야기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나는 일본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주 먹는 편이다. 일본 식탁에 자주 오르는 요리는 카레, 조림, 두부, 샐러드, 만두 등이다. 일본 식생활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점은 한국과 같다. 다른 외국인이 본다면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아침에는 빵이나 계란요리(후라이나 스크램블), 커피나 차, 스프 등을 먹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밥, 국(미소시루), 계란말이(날계란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먹는 것), 김, 낫또, 생선, 채소절임 같은 것들을 먹는 집이 있다. 점심은 간단히 도시락을 사먹기도 하고 우동이나 라-멘 같은 일품요리를 먹기도 하고 오니기리(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삼각 김밥)를 먹기도 한다.
식사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은 밑반찬 문화가 없기 때문에 그날 먹을 음식을 그때그때 전부 요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식탁에는 밖에서 사온 반찬종류, 그리고 그날 요리한 음식이 오른다.
이 책은 외교통상부에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현직 중견 외교관인 저자 박용민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일본에서 근무하는 동안 식도락가로서의 취미를 살려, 일본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맛집과 주점, 요릿집 등을 섭렵한 경험을 기록한 것으로 일본 음식 자체뿐이 아니라 일본 음식에 녹아있는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의 의식구조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은 47개의 도도부현으로 나뉘어져있는 일본 각 지역에 대해 특색이 뚜렷한 토속음식과 특산물을 소개한다. 일본 음식의 역사와 문화도 첨가돼 있기에 일본을 여행할 때 이 책을 가지고 다닌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책 속의 정보는 매우 풍부하다. 저자는 일본의 여러 지방의 다양한 음식을 가능한 만큼 소개하려 애썼다.
저자가 일본문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것은 바로 ‘양식화’다. 일본인이 ‘무엇’이 아닌 ‘어떻게’로 요리를 구분한다는 점은 양식화된 삶을 표준으로 삼는 일본의 관습을 보여준다. 일본 전통가무극 노나 가부키가 배우와 관객이 주고받는 은밀한 기호의 의미작용을 전제로 하듯, 식당 주인도 주방이라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처럼 손님의 시선을 의식하고, 손님도 음식이 서빙되는 과정을 일종의 의식으로 받아들인다.
일본에서 눈에 띄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수를 손꼽으라면 ‘라멘과 우동, 소바’를 꼽는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종류의 국수에 관한한 여러 유형의 국수와 다양한 식당을 찾아다니며 식도락을 즐기고, 많은 분량의 페이지를 할애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본식 국수’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가까운 곳에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아무리 멀어도 찾아가는 시대다. 음식의 가격이 비싸고 차비 등의 경비가 더 많이 나와도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은 점점 늘게 될 것이다.
이 책 한 권이면 가이세키라는 일본 정찬부터 갖가지 스시, 그리고 돈가스 오므라이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주 접하지만 모르고 있던 유래와 그 속에 깃든 문화까지 맛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일본 요리가 더욱 생각난다. 빨리 시간을 내어 일본 요리를 맛있고 재미있게 즐기러 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