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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우리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인간사이의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 질뿐만 아니라 여기에다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간내면의 가치 추구는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으므로 우울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세상을 사노라면 웬지 기분이 침체되고 자신이 초라해지게 생각되며 미래가 암담해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경우를 우울증이라 한다. 우울증은 심리적 감기라고 할 만큼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프리랜스로 일하는 한수희 작가가 매거진<AROUND>에 연재 중인 칼럼을 묶은 것으로,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굶어 죽을까? 열심히 사는 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혼자서는 아무리 풀려고 해도 완벽히 풀리지 않는 인생의 질문지 앞에서 우리는 때로 엎드려 펑펑 눈물을 쏟는다. 그때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얻은 용기와 다짐이 있다. ‘결코 유머를 잃지 말 것.’ ‘실패하더라도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않을 것’. 언제나 큰 소리로 웃는 만큼 방황도 열심히 했던 작가는 인생의 진창에 빠졌을 때마다 파고든 책과 영화를 유쾌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운명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배낭에 콘돔을 숨기고 인도로 날아간 여자.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 쇼를 보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더라도 꼬박꼬박 저녁을 해 먹는 여자. 뛰는 건 질색이면서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한 여자. 좋아하는 일을 해 보겠다며 덜컥 북카페를 차린 여자. 괴로운 상황에서 ‘이런 것에도 배울 게 있겠지’ 하며 누가 뭐라고 해도 꿋꿋이 버티는 여자. 작가 한수희의 인생은 천방지축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나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 나를 거절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그 바닥에서 겨우 기어 나오면 우리는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제 바닥이 어떤 곳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남의 감정을 헤아리고, 거리 두는 법을 배우게 된다. 상대를 질식시키지 않으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는, 적절한 거리 말이다.”(p.125) 라고 말했다.
누구나 젊은 시절 연애를 하다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바람을 피워 나를 차 버린 남자에게 너를 정말 사랑했노라고 말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모욕한 사람, 나를 망친 상처, 나를 버린 세상에게 그럼에도 너를 정말 사랑했노라고, 최선을 다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견고한 자존감이 필요한 걸까?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처를 직시하는 게 두려워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기 일쑤이다. 실패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어쨌거나 살아야 한다. 어떤 삶을 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실패를 주홍글씨처럼 이마 위에 새긴 채로 세상을 등질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 사람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누구나 다 비슷하다. 내 인생에 근사한 로맨스도, 끝내주게 섹시한 사건도 없지만 ‘그만하면 괜찮다’고 말해 줄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