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라 낯을 많이 가렸다. 언젠가는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똥이 마렵다는 얘기를 부끄럽다는 이유로 하지 못해 그만 바지에 똥을 싸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내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수업 시간에 당당하게 손을 들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주변의 성격 밝고 활발한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고, 내 주변에서도 은연중에 그런 친구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20대 때에는 그런 내 성격을 깨기 위해 일부러 험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사무직이나 과외 같은 것은 일부러 피했고, 괄괄하게 몸을 움직이는 곳, 거칠게 언어가 오고 가는 곳, 빡세게 일이 많은 곳에서 주로 일을 했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내가 내 성격을 부정하지 않았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도 많았다. 한 가지 좋았던 것은 그렇게 일을 해도 내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스스로에게 “난 내성적이고 초절정 진지한 사람이다. 그래서 뭐!” 라고 선언을 했다.
이 책은 와세다대학 이공학부 졸업 후 대형 입시학원 수학 강사로 재직, 독자적인 교육법으로 학생들의 의욕과 성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반 년 만에 연봉이 3배로 올랐으며, 출산 후 일과 육아의 병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출퇴근하지 않고도 성과를 올릴 수 있고 초기 비용도 들지 않는 창업 아이템을 모색하다 2005년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이듬해 월 5억 원의 수입을 달성한 것을 계기로 회사를 법인화, 이후 8년간 꾸준히 연 3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저자 다카시마 미사토가 자신처럼 낯가리는 기질 문제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 본인의 실제 경험에서 터득한 의사소통법과 심리전술을 담았다.
‘낯을 가린다’고 하면, 대화가 잘 되지 않거나 소심하다는 식의 마이너스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낯을 가리는 사람’에 대해 “타인의 마음을 마구잡이로 휘젓지 않는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며 “이들은 주위의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하는 특유의 감지능력과 관찰력, 그리고 공감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낯가리는 사람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는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이며, 대신 사람이나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해내는 특유의 ‘센서’를 작동시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의 낯가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나만의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약점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약점을 나의 강점으로 써먹자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까지는 나의 약점을 외부의 요인으로부터 바꾸려고 했다면 이젠 모든 것을 내부에서 인정을 하자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낯가림으로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책의 내용은 낯을 가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저자 역시 낯을 가리는 사람이기에, 이 책에는 내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많은 깨달음과 위로를 받았다.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괜찮구나.’ 하는 것이다. 또한 뭔가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낯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