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스페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정열의 플라멩고,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떠오른다. 스페인은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유럽의 많은 역사 이야기가 있지만 스페인은 특히, 지역적 특색에 의해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스페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로마 제국, 게르만족, 가톨릭, 이슬람, 라틴아메리카 정복, 스페인 내전, 프랑코 독재 등의 키워드만 봐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우여곡절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우여곡절의 역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를 갖게 하였고, 그만큼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은 곳이 바로 스페인이다.

 

그래서 <스페인 야간비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스페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차에 찜통더위에 남들은 휴가 간다고 야단들인데 나는 방콕(방구석에 틀어박혀)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북 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인 정혜윤 작가의 여행 산문집으로 스페인 여러 도시와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필리핀 여행에서 느낀 바를 편지글로 풀어냈다.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여행기에 가깝다. 하지만, 이 여행기에는 그 흔한 사진 한 장, 지도 한 장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여기저기 주제 없는 예쁘장한 사진만 가득한 여행기보다 훨씬 개성이 넘치고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다.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에는 수많은 독서 경험과 여행의 인상이 뒤섞여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 안토니오 타부키, 주제 사라마구, 세르반테스의 텍스트를 경유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책벌레의 여행기답게 곳곳의 장소에서 그는 위대한 작가들을 호명한다. 리스본에서 사라마구와 페소아를, 바르셀로나에선 조지 오웰을, 알람브라에서 살만 루슈디를, 보홀섬에선 스피노자를 떠올린다. 종횡무진 시공을 넘나드는 그의 사색은 의식의 무경계를 증명하듯 자유로이 유영한다. 필리핀 로복강에서 원주민의 춤사위를 보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접했던 고흐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식이다. 작가들의 다양한 텍스트들은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이 책에서 작가는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졌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곳이 아주 많았어. 수많은 층위들이 있었어. 이 때문에 예상치 못한 풍경이 나와. 그런 도시에서는 수많은 관점을 포용하기가 우리보다는 더 수월할 거야. 리스본을 걸으면서 나는 올해의 유행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어느 기업이 가장 크고 돈이 많은 곳인지 알아내기가 어려웠어. 뭔가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지배적이다, 압도적이다, 라는 느낌을 덜 받았어. 이런 곳에서라면 다른 무엇과 내 것을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p.43) 라고 말했다.

 

저자는 두 세계의 사이 여행을 했다고 고백한다. 책에서 읽은 도시와 실제로 본 도시, 마음속으로 상상한 도시와 실제로 본 도시, 검색해서 알게 되었거나 말로 전해들은 도시와 실제로 본 도시, 이미 사이 여행을 계속하면서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세계를 연결해 보고 싶다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