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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어디에서나 쳐다만 봐도 우스운 것이 원숭이다. 재주도 잘 넘거니와 하는 짓이 꼭 어린아이 같다. 가끔 장터에 가보면 약장수들이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관중을 웃긴다.
얼마 전에는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을 읽었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 제목을 접하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서적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이 그저 ‘허구적인 소설책’ 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허구가 아닌 유명한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30년 수행승의 생활을 경험하고 나오는 깨달음의 이야기 108편이 실려 있었다.
이 책은 영국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교 물리학과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승려가 되기 위해 훌쩍 태국으로 떠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명상 에세이로 호주 퍼스에서 불교를 전파하고 수행하면서 깨달은 원숭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자인 각산 스님이 정진, 무아, 내려놓음, 지혜 등 7가지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엮었다. 삶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수도승 명상법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이다. 여기서 원숭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책 속에서 ‘원숭이 마음’은 여기서 저기로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분주한 마음을 일컫는다. 사람의 마음은 고요하게 멈춰있기 어렵고, 그 이유가 바로 우리 모두가 원숭이 마음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가만히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여기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존재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세상만사에 대한 어떤 욕망도 없이 우리의 마음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열어놓은 채로 완벽하게 고요히 멈춰 있는 것을 터득하게 되면 깨달음의 망고가 우리의 손안에 사뿐히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소가 놀라 뛰쳐나가는데 붙잡으려고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놓아버려야 한다. 물소는 고작 몇 백 미터 뛰어가다가 제풀에 서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 농부는 조용히 뒤따라가서 줄을 다시 잡고 풀밭으로 끌고 가면 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놓아버려야 할 것들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그 결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을 잃어버린다.”(p.215)고 말했다.
이 책에는 배를 잡고 웃기도 하고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도 곳곳에 숨어있다. 지치고 힘들고, 머릿속이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가를 마련해 주는 달콤하고 새콤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의미를 살펴보면 깨달음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선풍기 틀어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복잡한 머리가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