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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전쟁 - 완역판 ㅣ 세계기독교고전 16
존 번연 지음, 고성대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7월
평점 :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천로역정’은 한 사람의 크리스천이 천국 성에 입성하기까지 겪는 고난을 실감나고 생생하게 그려내어 청교도 문학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이때까지 존 번연의 작품은 <천로역정>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존 번연의 저작 중 작품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는 소설은 <천로역정>이 아니라 <거룩한 전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찜통 더위 가운데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거룩한 전쟁>을 읽었다.
이 책은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이 1660년부터 1672년까지 베드퍼드 감옥에서 12년 동안 감금되어 있던 중 6년 뒤에 쓰기 시작했고, 그의 나이 54세 때 세상에 나왔다. 책에서는 사람이 죄에 빠져 타락하는 모습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과정을 전쟁이라는 모습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흥미롭고 흡입력이 있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이다.
번연은 이 책의 내용이 결코 지어낸 것이 아니라 성경을 통독하고 그 교리를 관통해 자신이 깨달은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과 악의 갈등, 영적인 싸움은 바로 번연 자신이 번민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얻게 되는 영혼의 각성, 죄의 확신, 도덕적 삶으로 살려는 헛된 시도들, 육적인 절망, 그리스도의 의를 믿음으로 칭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신자가 성숙해짐으로써 성결해지는 성화의 사역 등을 우화 형식을 빌려 묘사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어떻게 선과 악의 갈등을 이겨내고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어떻게 말씀으로 믿음을 지켜 나아갈 수 있는지 배울 수 있게 된다.
번연은 1660년 찰스 2세가 국교회 이외의 모든 종교를 탄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설교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계속 설교를 하러 다녔다. 결국 허가 없이 설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체포되어 12년간 감옥 생활을 했으며, 감옥에서도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죄인에게 넘치는 은총>을 집필했고, 1688년 런던에서 폐렴으로 죽을 때까지 설교자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17세기의 개혁주의자 존 번연이 세기적인 역작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주어진 가난과 고통스런 감옥생활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중고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은 것이 놀라운 역작을 만들어 낸 뿌리가 됐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겪는 영적 전쟁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감정과 갈등 요소들을 잘 나타낸다. 모든 등장인물은 신앙과 불신앙으로 대비되어 우리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영적 퇴보와 진보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부패한 존재이고, 어떻게 하나님을 대적하는 존재인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신앙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