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빨간책’이다. 왜 좋은 제목이 많이 있는데 하필이면 ‘빨간책’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학창시절 교실에서 ‘빨간책’을 보다가 교무실에 끌려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과거의 ‘빨간책의 추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빨간책’은 불온서적이나 더 이상 구석에서 몰래 보던 과거의 그런 빨간책이 아니었다. 빨간색은 이미 우리들에게 있어서 금지의 색이 아니고 순수와 정열을 상징하는 아름다움의 색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을 진행하고 있는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세 명의 라디오 피디가 자신들을 사춘기 소년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불온서적들과 이에 얽힌 사연들을 담았다.
이들에게 책은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잘못 배우게 해준 삐딱한 친구’를 넘어서서, ‘밤새 퍼마신 깡소주와 슬픔을 토악질하는 변기 옆에서’, ‘까무룩 잠든 이불 밑에서’, ‘훌쩍 올라탄 기차간에서’ 나를 위로해준 친구, 혹은 ‘내가 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대신 해준 친구’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소개하는 책들을 보니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책도 있고, ‘따라 하지 마세요’ 느낌의 책도 있다. 최고의 도서로 추천할만한 ‘코스모스’ 같은 책이 있는가하면, ‘마루타’처럼 그 야설과 포르노 영상을 전부 합쳐도 이만큼 큰 영향은 받지 못한 것 같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장 읽히기 싫은 책도 있다.
내가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 때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열차통학을 하면서 가방에는 교과서보다 소설책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그 때 읽었던 책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었다. 줄거리는 상류층 부인이던 채털리 부인은 안타깝게도 남편이 하반신 불구다. 그런데 그녀가 집에 딸린 산장을 지키는 산지기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평생 욕망과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 이재익은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여성의 감각과 취향을 존중하는, 때로는 일깨우는 섹스를 배웠다.”(p.82)고 말했다.
‘일독천금(一讀千金), 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값어치가 일확천금(一攫千金)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의사 안중근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으며,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나의 인생을 바꿔준 것은 독서”라며 “독서는 나의 안목을 넓혀준 보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책은 미래를 설계하는, 이른바 큰돈 들이지 않고, 준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보험이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흔히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오포세대’, ‘실신세대’는 모두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빨간책’은 이 시대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아우성을 더 아름답게,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저자들의 고민이 만들어낸, 작지만 탐스러운 열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