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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정승구 지음 / 아카넷 / 2015년 6월
평점 :
쿠바는 1492년 콜럼버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상 낙원’이라 극찬했던 땅이며,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카리브 해의 섬나라다.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이며, 정식 국명은 쿠바 공화국이다.
미국과 남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하여 ‘아메리카 대륙의 열쇠’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대서양과 카리브 해를 접하고 있어, ‘카리브 해의 진주’라고도 불리며, 그들만의 문화적 감성과 특유의 낙천성으로, 독특한 멋스러움과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양국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하고 54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 북한과 이렇게 차이가 날까. 솔직히, 쿠바가 많이 부럽다.
‘지구촌 행복 지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감은 143개국 중 118위, 미국은 114위, 쿠바는 7위를 차지했다. 쿠바 사람들은 감미로운 음악에,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반면,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지만 행복하다는 사람이 아주 적다.
이 책은 서울에서 태어나 세계 8개 도시에서 살았으며, 90여 개국을 여행한 영화감독, 작가인 정승구가 취재에 엄격한 쿠바 당국의 눈을 피해 취재비자 없는 여행을 통해 쿠바의 진짜 모습을 관찰하고 경험한 뒤 그 감상을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다.
사실 나는 ‘쿠바’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 밖에는...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가보리라고 생각했던 ‘쿠바’, 그래서 이 책을 보자 금방 읽게 되었다. 손에 잡자말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쿠바인들은 가난하지만 문화적으로 유복하다. 그들은 행복하다. 아니 행복을 즐길 줄 안다.”(p.32)고 하면서 “내가 만난 젊은이들은 그 누구도 시가를 피우지 않았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듣지도 않았다. (…) 그 누구도 마르크스는 고사하고 공산주의에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젊은 친구들이 쓰는 은어 중 ‘공산주의’라는 형용사는 ‘구리다’ 또는 ‘안 좋다’로 통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멋지다’ 또는 ‘좋다’로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만난 젊은이들은 모두 미국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선망하고 있었다.”(p.64)고 말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라고 하기 보다는 쿠바에 대한 종합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쿠바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쿠바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다. 어디에 무슨 볼거리가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맛집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쿠바의 일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쿠바의 현재를 통해 한국의 현재를 살펴보게도 만든다. 쿠바의 건축물, 집, 거리, 골목, 풍경과 사람들을 찍은 근사한 사진들이 구경할 만하다. 사진설명이 없는 점은 아쉽다.
저자는 쿠바 여행을 통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긍정적인 상상력”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력,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상상력,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력. 그건 체 게바라가 쿠바인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