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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평점 :
요즘 MBC 드라마 <화정>으로 인해 17세기 조선왕실의 역사가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조선시대 드라마를 좋아해서 아무리 바빠도 거의 빼지 않고 보고 있다. 17세기 조선 역사에서 생소한 용어인 ‘화정’ 즉 빛나는 자기 다스림을 현재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7세기 조선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이 책은 중앙일보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의 편집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리베르스쿨, 리베르의 대표이사로 있는 박찬영이 정치 투쟁의 냉엄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살았던 정명공주가 남긴 처세훈을 기록한 것이다. 이복 오빠 광해군은 탁월한 외교 정책을 펴고 대동법을 시행한 현군일까. 아니면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하고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인 혼군일까. 정명공주의 ‘빛나는 다스림’을 통해 17세기 조선을 다시 비춰본다.
‘화정’을 말한 정명공주는 선조가 인목대비와 결혼하고 52세의 나이로 얻은 딸로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숙종 때까지 살아남아 83세까지 장수했다. 정명공주의 삶은 격랑이 휘몰아친 17세기의 단면도다. 임진왜란 직후에 태어난 정명공조는 조선 역사의 5분의 1을 경험했다. 저자는 외침과 내란, 옥사로 점철된 17세기의 격랑을 무사히 헤쳐 나온 정명공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명공주’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정명공주의 굴곡진 삶을 알게 된 점은 매우 좋았다. 저자는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신하들은 상복을 몇 년 입느냐는 예송 논쟁을 하는 신하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화정’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며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해가 왕위에 오른 지 10년째 되던 1618년, 새어머니 인목대비와 열여섯 살 정명공주를 창덕궁 서쪽의 후궁인 서궁에 가둔다. 서궁에 갇혀 절망에 빠진 어머니 인목대비를 위로하기 위해 남자가 쓰기에도 힘에 부친다는 한석봉의 필법을 연마한 정명공주는 ‘화정’을 남겼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갈등 관계에 놓인다. 세상사는 갈등 그 자체다. ‘화정’은 이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공생 코드인 ‘관용, 친절, 배려’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조 이후의 효종, 현종, 숙종은 정명공주에게 최고의 예우를 바쳤다. 이뿐만 아니라 83살까지 산 정명공주는 조선시대 공주들 중에서는 가장 장수한 공주였다. 또한 7남 1녀의 많은 자녀들을 두었으며 그 자녀들과 후손들이 크게 영달하였다는 점에서도 오복(五福)을 두루 누린 공주로 칭송받았다.
드라마를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는데 이 책 또한 정명공주의 파란만장한 삶이 우리에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정명공주가 호란 때 백성을 배에 태우기 위해 재물들을 버린 일화는 조선시대에는 기득권층에 붕당정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공생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