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한 생각 밥상

소담한 생각 밥상 -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
박규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5월

요즘 혼자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가족들이 직장에 나가고 혼자 집을 지키며 밥을 먹다가 보면 어렸을 때 고향에서 온 가족이 함께 큰 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던 생각이 난다. 그 만큼 밥상이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책의 제목 <소담한 생각 밥상>을 보자마자 옛날의 향수가 떠오르면서 왠지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 같은 정이 드는 책이라는 예감이 들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소담하다’는 생김새가 탐스러워 먹음직스럽다는 뜻이다. 제목 그대로 참 먹음직스럽게 코스요리를 차려놨다. 에피타이저부터 경영요리, 회사요리, 한국요리, 일본요리, 중국요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무려 7개 코스로 이뤄진 진수성찬이다.

이 책은 36년을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한 박규호 부사장의 산문집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눈부신 발전을 이끈 리더 중 한 사람이다. 자기 일에 대한 자긍심으로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한 분야에 집중하며 이와 관련된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전문가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런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전문가적 시선뿐만 아니라 인간 박규호의 따뜻한 성정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오랜 시간 한전에서 일하며 겪은 일들, 직장인으로서 느꼈던 고민, 도쿄와 베이징 주재원으로 생활하며 깨달았던 점, 신문, 강의, 독서, 사색에서 얻어진 해박한 지식 등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목 그대로 소담스럽게 담아냈다.

책에 나오는 일화는 모두 맛깔스러운 반찬이 되어 밥상 위에 올랐다.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란 유행어가 생각나며 침이 고였다. 서둘러 그가 차린 밥상에 앉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고 담백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행복하고 보람 있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실사구시를 실천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도 생각, 용모, 언어, 동작 등 4가지 품성을 바르게 하고자 했다”면서 “물질만능의 경쟁사회가 우리의 좋은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할 지도층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는 풍토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책은 잔잔하면서도 단단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전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우문현답’만한 것이 없다는 저자의 표현도 인상적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의 음만 차용한 것이다. 그는 현장을 방문해 겨우 애로사항 정도를 묻는데 그쳐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시성 ‘우문현답’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한전 도쿄지사장과 중국지사장을 역임하며 ‘해외통’으로 통하는 박 부사장의 경험도 ‘일본요리’와 ‘중국요리’로 고스란히 녹여냈다. 두 요리는 소소한 음식 이야기부터 우리나라와의 관계와 문화적 특성, 각국의 행정 관행이나 사업 방향 같은 일종의 팁(?)까지 친절하게 담아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마치 밥상에 예상치 못한 푸성귀가 오르듯. 오늘 저녁 그의 경험들을 반찬 삼아 배불리 먹고 행복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