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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퍼의 선데이 - 테겔 감옥에서 쓴 자전적 소설 ㅣ Echo Book 4
디이트리히 본회퍼 지음, 조병준 옮김 / 샘솟는기쁨 / 2015년 5월
평점 :
나는 신학대학에 다니면서 신학서적을 많이 읽었다. 내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신학서적은 독일의 천재 신학자였고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본회퍼 목사의 <옥중서간>이었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나는 목사이기 때문에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치러주고 그 가족들을 위로나 하는 것으로 만족하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으로부터 차의 핸들을 빼앗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본회퍼는 억울한 사람들이 무수히 희생되는 것을 방조하는 죄보다는 히틀러를 죽이는 죄를 범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보고 나치 독일의 미친 운전자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가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그는 히틀러가 총통으로 있는 한 독일의 패망을 하루라도 빨리 가져오는 길만이 진정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신앙과 생활이 일치되지 못하고 따로 따로 된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볼 때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보여준 본회퍼의 행동하는 신앙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 책은 천재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가 아돌프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했다가 독일 테겔 감옥에 수감돼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에 쓴 자전적 소설로서 가족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경험한 사건, 일상 등을 바탕으로 그의 신학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두 가정 중 한 곳인 시골 저택은 파치히에 있는 그의 약혼자 마리아 폰 베드마이어 집안을 모델로 삼았다. 주인공 브레이크 여사의 관점에서 교회와 설교,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균형 있게 재해석하며 신학적인 주제, 시대적 담론을 알기 쉽게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회퍼가 무슨 소설을 썼을까? 하고 궁금하기 이를 때 없었다. 그래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이 소설에서 본회퍼의 신학적 단면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이 밤잠을 자지 않고 읽었다.
이 소설에서는 1930년대 독일 교회에 흘러 넘쳤던 형식주의 경향, 즉 교인들로 하여금 예배에 참석하여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신다는 말씀만 듣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신앙 풍조, 이른바 ‘값싼 은혜’에 대한 본회퍼의 비판적 시각, 또한 비종교적 기독교에 대한 그의 인식, 무의식적인 그리스도인, 지배자에 의한 역사관에 대한 비판,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 불의에 대한 항거가 필요한 이유 등 여러 가지 신학적 주제가 나타난다.
본회퍼는 “잘못된 설교는 기독교 신앙을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또 다른 시도에 불과하다. 그것은 더 이상 이곳, 뜨거운 공기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해 버렸을지도 모를 도심 속 교회조차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p.19)라고 말했다.
히틀러와 나치의 폭력에 의해 수없이 쓰러져가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사악한 무리의 칼날 위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본회퍼의 신앙과 실천을 본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