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무상급식 논란으로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난 뒤 1년 동안 아프리카 르완다를 여행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책으로 냈다.
나는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흑백갈등과 빈부격차로 마치 천국과 지옥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 ‘르완다’도 한 번 가보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 책 <오세훈, 길을 떠나 다시 배우다: 르완다 키갈리 일기>를 읽었다.
이 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장기 자문단에 지원해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해외 자문활동을 펼치며 쓴 일기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이지만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맹주’라 불리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머물면서, 수도 시청에서 환경, 도시행정, 법률 등의 분야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 성장 동력에 대해 썼다.
저자는 중남미의 페루를 거쳐 동아프리카 르완다공화국의 수도 키갈리로 갔다. 서울에서 카타르의 수도, 도하까지 약 10시간,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인종갈등으로 인해 집권세력인 후투족이 소수인 투치족을 100일간 80만 명 이상이 살해하고 10만 명 이상을 강간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그 사건은 오로지 다른 종족을 없애는 데 목적을 둔 광기의 폭발이었다. 그런데 르완다 국민들은 불과 20년 전의 이 광기 어린 집단 학살로 입은 상처를 극복하고 ‘동아프리카의 맹주’라고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국민정서에 잘 부합하면서도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식에 있었다. “모든 아픔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마을 재판의 역사를 지켜보며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것도 인간이지만, 가장 위대한 것도 인간임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리고 복수할 수 있음에도 ‘기억하자(퀴부카).’를 외치며 증오의 마음을 화해로 승화시킨 존경스런 극복 과정이 무척 경이로웠다. 100일 동안 무려 100만 명이 살육 당했음에도, 전국 1만여 마을에서 동시에 전통 양식의 재판을 열어 가해자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면 피해자의 집에서 노역하는 것으로 용서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p.22) 저자는 인종갈등을 불과 20여년 만에 극복해낸 르완다의 리더십에 새삼 감탄한다.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보통신 산업을 통해 앞서 나가고 있는 원동력을 르완다의 탁월한 리더십과 역발상에서 찾는다. “르완다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직 사람뿐! (중략)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은 원조 자금을 받으면 도로를 포장하고 다리를 놓는 등 큰 틀을 구축하느라 정신없다. 하지만 카가메 대통령은 정보통신 고속도로를 놓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두 나라의 실상과 가치, 문화, 가능성 등을 충실하게 보고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국제사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기여를 주문하면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품격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을 대한민국의 가슴 뜨거운 젊은이들과 보람된 인생 이모작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오세훈, 길을 떠나 다시 배우다: 르완다 키갈리 일기/ 오세훈/ 알에이치코리아/2015년 4월 30일